낯선 편지
이머전 클락 지음, 배효진 옮김 / 오리지널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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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알아야 한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다”

어떤 가족은 비밀을 가지고 있다. 그 누구도 다시 엿볼 생각을 하면 안되는 엄청난 과거의 비밀이... 이미 끝난 줄 알았던 과거는 우연히 마주하게 된 물건 때문에 다시 시작된다. 과거가 현재를 다시 조우하게 되는 순간, 소설은 시작된다.

이제 서른이 되는 카라는 치매를 앓는 아버지를 돌보며 살아간다. 어릴 때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의심없이 받아들였던 카라, 그 공백이 남긴 헛헛한 마음을 끌어안고 슬픔을 달래며 살아왔다. 그러나 아버지가 출입을 금지했던 다락방에서 발견된 엽서들.. 이것은 분명 엄마가 보낸 엽서일 테지만 날짜는 그녀의 죽음 이후? 이 맞지 않는 퍼즐은 그녀를 과거로 데리고 가는데...

소설 <낯선 편지>는 다소 호흡이 긴 편이다. 느리게 조금씩 독자들은 카라가 느끼는 내면의 감정에 다가가게 된다. 아버지를 간병하면서 느끼는 답답함과 죄책감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애정... 그리고 책임을 벗어버린 오빠에 대한 원망 등등 이 소설은 상당히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 소설은 여러 시점과 시간대 그리고 여러 화자를 오고가며 이 가족의 얽히고설킨 가족사를 잘 드러낸다. 그리고 지금의 “카라”라는 개인을 만들어낸 가정 환경이나 교우 관계 등을 찬찬히 짚어보게 해준다. 독자들이 카라라는 인물에게 스며들면서 롤러코스터처럼 변화하는 그녀의 감정을 좀 더 공감하게 만들어주는 장치가 아닐까 싶다.

과거의 영국도 약간 가부장적적인 면이 있었음을 이 소설을 보여준다. 남성들은 좀 권위적이고 통제적이며 아내들은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가는 상황.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소설은 완벽한 피해자나 완벽한 가해자를 쉽게 설정하진 않는다. 어떤 선택은 이해할 수는 있지만 용서하기는 힘들고 어떤 인물은 밉지만 완전히 악하다고 할 수는 없다. 사실 인생이란게 이런 게 아닐까? 분명한 선악 구도를 잡을 수 없는게 인생이다.

우리가 가족을 선택할 수는 없지만,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한 선택들은 어쩌면 우리 평생을 따라올 수도 있다. 무심코 한 나의 선택과 결정들은 내 스스로의 삶 뿐 아니라 다른 가족들의 삶에도 크나큰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는 듯한 소설 <낯선 편지> 이 소설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울컥하는 지점이 있었다. 카라가 느꼈을 좌절과 공허함 그리고 희망의 빛을 발견한 순간에 느꼈을 기쁨... 굉장히 감정적으로 깊게 다가온 소설 <낯선 편지>를 모두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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