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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들 - 마음의 고통과 읽기의 날들
수잰 스캔런 지음, 정지인 옮김 / 엘리 / 2025년 10월
평점 :
누군가의 고통스러운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고통에는 힘이 있다.
이 책 <의미들>은 문학과 글쓰기를 통해서 내면의 상처와 고통을
문학적 감성으로 치유한 저자의 이야기이다.
저자 수잰 스캔런은 어렸을 때 암으로 엄마를 잃은 후
가족 전체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의 영향을 아주
깊게 받게 된다. 결국 젊었던 90년대, 그녀는 정신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그 와중에도 "너만 힘든 게 아니다."라고
말하는 오빠.. 가족이란 그런 것이다. 때로는 타인보다 더 차가운.
이 책은 순서가 조금 뒤죽박죽이다. 전체적으로
안정되게 느껴지는 현재 시점에서 갑자기 엄마가 살아계시던
행복한 어린 시절로 점프했다가 다시 정신 병원에서 겪어야 했던
황량했던 삶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나 이런 서술이
독서에 방해가 되진 않았다. 인간의 의식이란 원래 이렇게 무질서한 법..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극심했던 정신적 고통을 고백한
저자는 더 나아가서 시대를 풍미했던 여러 여성 저자들의
삶과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실비아 플라스, 버지니아 울프 그리고 샬럿 퍼킨스 길먼 등
세상의 이해를 전혀 받지 못하고 오히려 혐오와 조롱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던 광기 어린 여성 작가들...
그러나 저자의 서술 안에서 그들의 삶과 작품은 재탄생한다.
세상과의 소통이 불가능했던 미친 여자들,
그러나 그녀들의 광기에 대한 존경심과 연대의식을
담은 책 <의미들>은 이제 다른 시점으로 와서 동시대 여성들의 삶의 등불이 되어준다.
이 책에서 저자는 타인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두려움, 내면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답답함 등을 많이 이야기하고 있는데
나도 평소에 그런 걸 많이 느끼는 편이라 큰 공감이 갔다.
환자의 질병에 대해서 그저 진단 내리기에 바쁜 의사들...
그냥 진단받기보다는 공감받고 돌봄을 받고 싶었던 저자의
마음이 크게 느껴졌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 더 크게 다가왔던 부분은 바로
"문학과 글쓰기"가 그녀의 삶에 미친 영향력이었다.
그녀는 병원에 있을 때도, 절망의 한가운데에서도 책을 읽었고
글을 썼다. 많은 독서의 경험이 그녀에게 구원이 되어 주었고
책과 글쓰기는 어쩌면 그녀의 존재 이유가 되어 준 것은 아닌가?
혹은 그녀 삶 그 자체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의미들>은 상실에 대한 이야기이자 광기에 대한
재해석 그리고 내면의 상처와 고통을 문학적 감성으로
승화시킨 이야기이다. 자신의 고통뿐만 아니라 수많은
정신 나간 여자들의 고통을 이야기하면서 결국은 "당신의 고통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라고 "당신의 고통을 이해한다"라고
말해주는 듯한 책 <의미들> 깊이 있고 강렬한 이야기를
찾고 있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