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큐정전 ㅣ 실존과 경계 8
루쉰 지음, 조관희 옮김 / 니케북스 / 2025년 9월
평점 :
여러 편의 중국 소설을 읽어봤지만 중국 대문호 루쉰
작가의 작품이자 유명한 고전 문학인 “아Q정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진이라고 하면 보통 위대한 업적을 남긴 큰 인물을
다룰 때 쓰는 표현이지만 이 책에서는 풍자의 의미로
붙인 것이라고 한다.
소설 속 주인공 아큐는 출신도, 성도, 배경도 없는
말하자면 존재감이 거의 없는 사람이다. 글자도 모르기에
자기의 이름을 쓸 수 없고 실수로 인해서 Q가 이름이
되어버린다. 그는 한마디로 있는 듯 없는 듯,
그 누구의 관심도 존중도 받지 못한 채 살아간다.
요즘 사람들이 흔히들 이야기하는 그 “정신 승리법”
은 아큐에게 매우 익숙하다. 그는 강자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고 약자를 괴롭히면서 허세를 부린다.
동네 건달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도 마음속으로는
그래도 “내가 훨씬 낫다”라며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돌아오는 아큐...
처음에는 아큐라는 인물이 그냥 어리석고 우스꽝스러운
사람으로 보일 뿐이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이 책은 “인간” 전체의 무지함과 어리석음을 폭로하는
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에게 냉정하게 질책한다는 느낌이다.
“당신은 스스로의 무지를 깨닫고 각성할 수 있는가?”
“아Q정전”의 배경은 청나라 말기인 1911년 신해혁명
인데, 이 책은 혁명의 낭만보다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
혁명의 허무함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현실의 부조리함을
바꿀 생각은 없이 그저 “정신 승리법”으로 자신의 마음만
달랬던 아큐... 이 책은 마치 거울을 들고 서 있는 것 같다.
나도 아큐처럼 세상을 살아온 것은 아닐까?
현실의 부조리 앞에서 눈을 감았던 순간들
강자에게는 고개를 숙이고 약자에게 함부로 대했던 모습
그리고 불편함과 부당함 앞에서 “내가 그렇지..” 뭐 하면서
스스로의 패배감을 그대로 삼켰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아큐라는 우스꽝스러운 인물의 이야기지만
나에게는 냉정한 질책처럼 다가온다.
짧지만 강력한 메시지가 있는 아Q정전
뭔가 익살스러운 듯 이어지는 내용이지만 그 뒤에
숨어있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글로서 시대를 진단하고
시대에 퍼져있던 정신적인 병을 고치려 했던 작가 루쉰
그는 이 책을 통해서 인간의 어리석음과 자기 기만을
풍자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독자가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시대의 흐름에 깨어 있는 독자, 주체적인 삶과
개인의 각성에 관심이 많은 독자, 그리고 현실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책
<아Q정전>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