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자들
아이셰귤 사바쉬 지음, 노진선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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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도시에서 삶을 관찰하고, 사람을 발견하는 법

참 독특한 소설이다. 소설이라고 해야 할지

아님 에세이? 혹은 다큐멘터리의 책 버전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주인공은 젊은 커플인 아시아와 마누이고

이들의 고향과 국적은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편견 없이 이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책의 화자는 아시아, 그녀는 책 속에서 다큐멘터리를

찍는 감독이자 스스로를 인류학자로 분류한다. 공원 등을

다니며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가족이나 친구들도 그녀의

날카로운 눈으로 해체되고 분석된다. 그런 면에서 차갑게

느껴지는 서술이지만 나는 오히려 그녀의 시선이 따뜻하고

친밀하게 다가왔다. 인간의 본질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그녀의 노력!

이 책은 다른 나라 출신의 연인이 새로운 지역에서

뿌리내리는 이야기이다. 한마디로 “낯섦에 적응하며

새로운 체계를 만들어가는 이야기” 같기도 하다.

아시아가 사회적 관계를 만드느라 애쓰는 가운데

사람들과의 거리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마누의 모습을

보니 참 재미있었다. 늘 있는 커플의 문제랄까?

이 책의 키워드는 “시선”과 “감각”이 아닐까?

삶을 구성하는 것은 거창한 사건이나 결단이 아니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있다는 것,

그리고 일상 속 감각이 잘 표현된다.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식탁 위의 빵 부스러기 등 독자들은 마치 한편의 다큐멘터리

를 보면서 두 사람의 조용한 삶을 관찰하게 된다.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들어가는 묘한 끌림이

있다. 다소 밋밋한 것 같기도 하지만 조용히 속삭이는

목소리 안에 “빛나는 평범함” 이 있다. 이방인이기에

관습에 물들지 않은 "신선한 시선"이 있다. 주인공은 삶의 소소한

면에 감탄하고 그것들을 당연시하지 않는다. 타인을

관찰하지만 끝내는 이해하려고 애쓰는 노력이 있다.

“우리는 그저 국적, 억양, 직업으로만 정의되었고 난 특정한

존재가 되고 싶었다.” 표지에 나와있는 문장처럼, 이 책은

규정되지 않은 존재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소설이라고

하겠다. 매 순간이 놀라움이며 인간은 항상 분석과 이해의

대상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한 소설.

그러나 그 속에서 인간이라는 존재의 아름다움과 감동을 끝까지 찾아내는

것 같아서 이 책이 너무 좋았다. 마누와 아시아 만의

대문자 T들의 커플 농담도 나는 재밌었다. 그들만의

티키타카 혹은 커플 댄스를 보는 느낌... 그리고 이웃집

할머니와 시를 암송하고 레나와 라비의 연애사건을

바라보며 느끼는 솔직한 고백...

어딘가에 물들지 않고 편견에 치우지지 않은 채

인간 존재 자체를 바라보는 느낌이 좋았던 책 <인류학자들>

독특한 느낌의, 조용하지만 강력한 끌림을 장착한

소설을 찾고 있다면 <인류학자들>을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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