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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정원 - 2000년 지성사가 한눈에 보이는 철학서 산책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박재현 옮김 / arte(아르테) / 2025년 9월
평점 :
에피쿠로스처럼 순간을 사랑하고, 니체처럼 자기답게 살며
샤르트르처럼 실존을 고민하는 시간
100권의 철학서를 따라 걷는 지적 탐험의 여정!
나는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편인데, 읽다 보면 가끔 철학자의 명언이 등장할 때가 있다. 장르소설의 특성상 등장하는 극적 상황과 맞물리면서 문장 하나가 굉장한 울림을 주는 경우가 있는데, 내 경우엔 철학자 “니체”가 남긴 말들이 바로 그러했다. 그가 남긴 명언인 “심연을 들여다보면 그 심연도 나를 들여다본다는” 말을 어떤 범죄소설을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소설 중 내면의 어둠 때문에 몸부림치는 형사의 심리를 매우 잘 드러내는 문장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철학"이라는 학문은 우리 생활의 곳곳에서 사람들의 통찰력을 이끌어내고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듯하다. 나의 경우 철학 자체를 좋아한다기보다는 니체를 좋아하기에 이 분야에서는 거의 왕초보나 다름없다. 그런데 이 책 <철학의 정원>은 나와 같은 입문자에게 매우 적절한 책이다. 100권의 철학서와 그 저자에 대한 간단한 요약과 핵심 내용이 담긴 글이 실려있는데, 정말 명확하고 쉽게 쓰여있어서 읽기에 전혀 부담이 없다. 말하자면 100가지 종류의 "철학"이라는 꽃이 피어난 정원을 걷는 느낌이랄까?
사실 "철학"이라고 했을 때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몇몇 철학자들의 책은 사실 난해하고 딱딱하게 다가와 잘 손이 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깊이 있게 파고들기보다는 조금 가볍게 훑어준다는 느낌을 주는 이 책으로 읽으니 내가 그동안 철학을 좀 오해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 책은 내가 몰랐던 다양한 철학자와 저서를 소개해 준다. 예를 들어서 에드워드 와디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은 현재 우리가 미국과 겪고 있는 갈등을 불러일으킨 이념의 뿌리가 어디서 왔는지를 설명해 준다. 짧지만 명쾌한 해설이다.
나의 마음을 뒤흔든 것은 철학자 니체와 그의 사상이지만 이 책을 들여다보니 나의 삶에 피가 되고 살이 될 만한 철학을 설파한 철학자들이 굉장히 많았다. 우선 84쪽 "우신예찬"을 에라스뮈스는 사람들에게 "바보가 되어 즐겨라"라고 말했다. 진짜 바보가 되라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감정이나 욕망을 억누르지 말고 풍요롭게 살라고 하심. ( 이 분의 팬이 됨 ) 127쪽 "자살론"을 쓴 에밀 뒤르켐은 자살의 유형을 분석하고 자살을 막는 방법을 제시한다. ( 현대 사회의 문제를 벌써 아심 ) 241쪽 "군주론"의 마키아벨리는 국가를 통치하기 위한 리더의 자세를 이야기하는데, 세상의 모든 리더가 반드시 한번은 읽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지금 정치인들이 읽어야 할 서적 )
이외에도 "영혼을 치유하는 의사" 빅터 프랭클 박사와 "정신분석학"을 쓴 프로이트 박사의 글은 각각 고뇌를 인간의 본질이라 여겼다는 점에서, 그리고 무의식이 의식에 미치는 영향력을 밝혔다는 점에서 크게 인상 깊었다. 그런데 나의 경우에는 8장 "종교를 둘러싼 사고법"이 특히 흥미로웠던 것 같다. 신약성경이라던가 쿠란과 같은 각 종교를 대표하는 서적 속의 철학이 소개되고 있는데, 각각 서구 문화와 이슬람 문화를 이끄는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하는 서적이라 특히 내용이 흥미로웠다. 무려 100권의 서적과 그 책을 쓴 철학자들을 알 수 있었던 독서 체험 <철학의 정원> 이 세상 모든 철학의 왕초보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