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의 맛
그림형제 지음 / 펜타클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협찬

누군가의 하루가 마음을 건드린다

그의 한 끼가 따뜻하다

짜증은 눌러 담고 친절은 꺼내 쓰며

하루를 견뎌낸 이들에게 허락된 따뜻한 위로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20명의 하루를 따라가는 책 “퇴근의 맛”. 전쟁 같은 하루를 견뎌내고 난 뒤, 지쳐버린 몸과 마음을, 음식을 먹으며 회복하고 위안을 받는 이야기이다. 한마디로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근로자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야기랄까? 이 < 퇴근의 맛 >은 20개의 이야기가 담긴 옴니버스 식 구성의 소설집인데, 재미있게도 각 이야기는 등장인물들에 의해 느슨하게 연결된다. 예를 들어서 첫 번째 이야기에 등장하는 회사원이 지하철에서 목격한 어깨빵 (?) 사건의 주인공이 두 번째 이야기 “포기에 익숙해지다”에 등장한다는 점.

주인공만 부각되는 드라마 같은 소설이 아니라, 모든 인물이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 신선했다. 평범한 서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는다는 점에서 완전히 공감되는 이야기들이기도 했다. 이 책이 정말 좋았던 이유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치열하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을 거울처럼 비춰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좋아서 선택한 직업이지만 이 일로 인해서 얻는 스트레스나 번민은 어쩌면 불가피한 일이고 그렇게 하루를 견디고 와서 먹게 되는 최애 음식은... 어쩌면 어떤 약이나 치료보다도 더 효과 있는 치료제가 아닐지....

개인적으로 공감이 갔던 이야기는 세 번째 이야기 “어찌해야 할지 갈등하다” 과 “여덟 번째 이야기” 짜증으로 예민해지다“였다. 일단 세 번째 이야기는 나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어서인지 아이들을 사랑하긴 하지만 때로는 학부모와 아이들 때문에 힘든 상황에 공감했다. 8번째 이야기에서는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남자친구에게 풀다가 결국 관계에 균열을 맞게 되는 간호사 정윤의 이야기인데, 마치 내 이야기 같아서 소름.. 너무 깔끔한 남친의 모습에 짜증을 느끼는 모습과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하다가 또 후회하는 모습에서 나를 봤다. ㅋㅋ

이뿐만 아니라, 이 두 이야기가 좋았던 이유는 스토리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들이 먹는 음식 때문이기도 했다. 완전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얼큰한 짬뽕과 매콤한 마라탕은 어쩌면... 진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것! 책 <퇴근의 맛>에서는 마치 짬뽕과 마라탕이 지금 내 앞에 놓여 있는 것처럼 실감 나게 묘사된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짬뽕을 바라보며 젓가락을 들어 홍합 껍데기를 덜어낸다. (...) 짜고 매콤한 자극이 입안을 감돈다. (...) 짠 국물의 맛이 면, 해물과 입안에서 어우러진다." 그야말로 입에 침이 고이는 듯한 실감 나는 묘사!!

말 대신 삼킨 것들이 저녁 식탁 위에 하나둘 놓입니다.

"하루의 끝, 저녁 한 끼에 담긴 스무 가지 인생 이야기."

회사원, 은행원, 교사, 경찰 그리고 간호사 등등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의 직업은 정말로 다양하다. 한마디로 20인 20색의 이야기! 따라서 그들이 겪는 스트레스나 갈등 등도 가지각색으로 매우 다채롭다. 그러나 그들이 겪고 있는 일은 직업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온 분이라면 너무나 익숙하고 공감되는 것들! 고개를 끄덕이거나 몰입한 채 읽게 되는 소설집이다. 우리 한국인들은 특히 음식에 진심이라는 말이 있다. 아마도 뜨끈한 국물과 매콤한 김치 그리고 단짠단짠 샌드위치가 주는 어떤 위안과 위로가 있다. 오늘 하루 열심히 일하다가 스트레스를 받은 분이라면 뜨끈하고 얼큰한 짬뽕을 저녁으로 먹어보면 어떨지... 너무나 공감이 가고 친근한 그림형제 소설집 <퇴근의 맛>을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