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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한테 깔릴래, 곰한테 먹힐래? - 2023 퀸즐랜드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카트리나 나네스타드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5년 8월
평점 :
#도서협찬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질문을 받은 소녀
살기 위해 답해야 했던 상처받은
그 아이의 목소리
독일 나치가 점령한 1930 년대 말과 40년대 초의 폴란드. 주인공 조피아 울린스키는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 속에서도 부모님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갑자기 쳐들어온 독일군에 의해 납치된 조피아.
이상하게도 금발머리와 파란 눈동자의 아이들이 모인 낯선 시설로 끌려온 조피아.. 영문도 모르는 어질어질한 상황 속에서 끊임없는 세뇌와 학대를 받으며 폴란드와 관련된 모든 기억을 잊고 “독일 출생의 아이”라는 거짓 기억을 받아들이게 된 조피아.. 그리고 조피아는 "소피아 울만"이라는 독일 식의 이름을 받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조피아는 시설에서 만난 성격 좋은 의사인 엥겔스 씨에게 입양이 되고 “소피아 엥겔스”로 살아가게 된다. 풍족한 가정에서 행복하게 살던 소피아는, 그러나, 폴란드 출신의 노예 소년 토마슈를 만나게 되면서 자기도 모르게 잊고 있던 폴란드의 기억과 정체성을 다시 떠올리게 되는데....
조피아라는 주인공의 눈을 통해서 점령된 국가의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이 겪게 되는 불행을 고발하는 소설 <코끼리한테 깔릴래, 곰한테 먹힐래? > 어쩌면 이렇게 우리가 일제 식민지 시대에 겪었던 일들과 흡사한지... 전쟁이 일어났을 때 벌어질 수 있을 참상 - 민족성 말살, 언어의 파괴 -의 모습이 고스란히 묘사된다.
나치의 횡포와 폭압에 시달리고 있던 폴란드 국민들은 물자 부족과 정체성 말살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살아가고 있었지만 도대체 아이들을 납치해 가는 상황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도 금발 머리에 파란색 눈동자를 가진 아이들만 잡아간다니?! 인종주의, 자민족 중심주의 등 사악한 이데올로기는 아이들의 불행을 초래했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른 2차 대전 소설처럼 잔인하고 비참한 모습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조피아라는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전쟁 때문에 그녀가 겪어야 했던 “내면의 파괴” 와 “정체성 상실” 등을 보여주고 있을 뿐... "하일 히틀러"를 외치지 않으면 독방에 갇히는 등 온갖 학대와 고통을 겪어야 했던 조피아가 입양되고 독일인으로 점점 변해가는 것을 과연 그 누가 욕할 수 있으리..
제목이 왜 < 코끼리한테 깔릴래, 곰한테 먹힐래 >일까? 궁금했는데, 조피아가 폴란드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던 시절 자주 하던 놀이가 그런 선택 게임이었다는 것... 그녀가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상징하는 놀이였다.. 과연 그녀는 부모님을 다시 만나서 잃어버렸던 정체성을 회복하고 진실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이 책 <코끼리한테 깔릴래, 곰한테 먹힐래?>는 아이들에게 역사를 제대로 알릴 수 있는, 독자의 눈높이에 딱 맞게 쓰인 책이다. 있었던 사실을 잘 전달하기도 하지만 감동적인 드라마와 재미가 있다! 전쟁의 어두움과 문학적 감수성을 절묘하게 잘 결합한 작품이라는 생각!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서 인간의 삶을 비참하게 만들 수 있는 전쟁의 무서움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면 좋을 듯한 책 <코끼리한테 깔릴래, 곰한테 먹힐래?>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