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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밖의 이름들 - 법 테두리 바깥의 정의를 찾아서
서혜진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8월
평점 :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얼마나 귀 기울이는가?
굉장히 낯익은 얼굴의 변호사 "서혜진" 저자의 책 <법정 밖의 이름들>을 읽었다. TV프로그램을 통해서 저자가 맡았던 여러 사건들을 겉핥기로 들었긴 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그녀가 그동안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알 수 있었다. 서혜진 변호사는 주로 법률 조력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범죄 피해자들에게 자연스레 마음이 향했고 특히 사회적 발언권이 약한 젠더 폭력 피해자들, 아동과 청소년과 함께 하며 성폭력, 스토킹, 디지털 성범죄, 가정폭력, 아동학대 사건을 다수 맡아왔다고 한다.
이 책의 구성을 조금 살펴보자면 크게 4부로 구성된다. 각 챕터의 내용은 평소에 서혜진 변호사가 법에 대해서 생각해왔던 원칙과 그녀가 다루었던 실제 사례 등이다. 그녀는 "법이 정말로 우리를 보호해 주고 있는가?"라는 주제 아래 여러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는데,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하고 법을 모른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침묵해야 했던 사례들이 나온다. 67쪽 "가짜니까 괜찮아"에서는 얼마 전만 해도 딥페이크 성범죄가 합성된 사진이라는 이유로 아예 범죄로 취급되지 않았던 과거가 나온다. 진짜 기가 막힐 노릇. 2024년이 되어서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었다고 하니 법은 참으로 느리게 움직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에 들었던 사례 외에 특히 분노를 일으키는 대목이 있었는데, 2부 <존재를 증명하는 말들> 중에서 95쪽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에서는 1964년 19살이었던 최말자씨가 겪어야 했던 분통터지는 사연이 소개된다. 그녀는 길을 걷다가 어떤 남자에 의해서 강제로 키스를 당하게 되는데 저항 끝에 최말자씨는 그의 혀를 깨물어서 1.5센티를 끊어낸다. 법원에서는 이를 정당방위로 인식하기보다는 지나친 행위라고 판단하면서 오히려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했다. 수십 년이 지나고 최근에서야 비로소 그녀에 대한 재심과 무죄 구형이 이루어졌다. 저자는 이 사건에 대해서 지금 이 사회가 어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지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하며 좀 더 정의가 실천되길 바란다.
위에 나왔던 사례 외에도 서혜진 변호사는 실로 다양한 사건을 맡아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변호를 해준다. "재판은 끝나도 우리의 삶은 끝나지 않는다. 피해자는 긴 터널을 통과해야 하고 변호사는 그 길을 함께 걸어야 한다." 때로 피해자들은 침묵하고 큰 고통을 겪는다. 저자는 변호사라는 위치에 서서 단순 법률적 행위를 하기보다는 사회가 피해자의 목소리에 제대로 응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 책은 회복이라는 것이 결코 개인의 몫이 아님을 말하고 있다. 진정한 회복이라는 것은 사회와 제도가 피해자의 언어를 듣기 위해 노력하고 그 존재를 지우지 않을 때 가능하다고 말하는 저자.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여성, 아동, 노인 등 특히 사회의 약자들이 피해를 입고 고통을 겪은 사례를 볼 수 있었다. 그저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존중받아야 마땅한 존재들임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피해를 겪은 이들을 위해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노력한 저자가 정말로 고마웠다. 이 책 <법정 밖의 이름들>은 법이 언제나 사람을 위해서 존재해야 하고 우리 모두에게 변화를 시작할 책임이 있음을 말하고 있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사회, 피해자와 가해자가 공존하는 이 복잡한 현실 속에서 이 책은 우리가 어느 쪽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정의가 사회 곳곳에 미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꼭 읽어봐야 할 책 <법정 밖의 이름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