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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수록 나의 세계는 커져간다 - 어떤 순애의 기록
김지원(편안한제이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7월
평점 :
“너는 어디서 자꾸만 그렇게
사랑하는 것들을 발견하는 거야?”
덕질 보고서 혹은 덕질을 주제로 한 에세이인 “사랑할수록 나의 세계는 커져간다"라는 저자 김지원 님이 평생에 걸쳐서 추구해온 “최애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마디로 "최애"를 향한 특별한 사랑으로 몸살을 앓아본 적이 있는 사람의 이야기란 것이다. 나의 경우는 학창 시절에는 덕질을 모르고 살았는데 나이가 한참 들은 후 한 성악가에게 빠져서 소위 덕질이란 것을 해본 케이스이다. 물론 돈, 시간 등등 많이 썼지만 그 당시야말로 내 인생 최고의 행복을 누렸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는 동안 너무도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나보다 훨씬 강력한 저자의 덕후력(?) 때문에 주로 깜짝 놀라면서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이 책은 크게 4장으로 나뉜다. <1장 : 덕후로 사는 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아서>에서는 덕후로 살면서 저자가 겪은 어려움과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된다. 회사에서는 덕질을 알리지 않는 이유, 최애의 시련은 곧 나의 시련, 덕질 메이트들과의 강한 연대감 등등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많았다. 42쪽 "공백기를 버티는 덕후의 심정" 을 읽으면서 최애의 음반이 빨리 나오길 기대하면 전전긍긍했던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덕질이라고 했을 때 보통은 아이돌 가수나 한국 배우를 떠올리겠지만, 2장 <나의 덕질 연대기, 아이돌부터 프로게이머까지>에는 실로 다양한 계통과 존재에 대한 저자의 덕질이 소개된다. 개인적으로 특히 독특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바로 “구체관절인형”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었다. 눈, 헤어, 메이크업, 패션까지 모든 것을 소유자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이 인형에 대한 저자의 사랑은 꽤 컸으나 결국 간절히 원하던 일본 A사 인형 헤드를 손에 넣고 난 뒤 이 덕질은 그만 시들해져 버린다. 원하던 궁극의 인형이 손에 들어온 순간,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린 사랑의 마음....
“갈망하던 것을 마침내 손에 넣는 순간, 허무함을 느끼는 것은 인간은 본성인 걸까?”
3장 <덕질 비하인드 스토리>와 4장 <지나가는 덕후의 개똥철학>은 각각 덕질을 하면서 경험한 여러 다양한 우여곡절과 아름다운 덕질 생활을 하기 위한 우리의 철학 등을 다루고 있다. 148쪽 “비행기 격납고에서 울어 보셨는지요?”에서는 한 프로게임단을 덕질하던 저자가 후원사인 대한항공 비행기 격납고에서 자신이 응원하는 게임단의 우승을 지켜보며 오열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 순간을 만끽하는 저자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이게 인생이지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뭐니 뭐니 해도 인생은 가장 즐거웠던 순간을 이어만든 패치워크 같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기적적으로 역전해서 우승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정말 울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정말 행복했던 날이었다.”
4장을 통해서 들여다본 저자의 덕질은 그야말로 “최애를 통한 에너지 얻기”라고 할 수 있었다. 일상을 회피하고 싶을 때, 고독이 밀려올 때, 저자는 최애를 향한 애정과 다른 덕질 메이트들과의 교류 등으로 일상을 살아갈 에너지를 얻고 있었다. 누군가는 “쓸데없는 일에 돈 쓰고 감정 쏟는 빠순이들”이라며 비난하는 순간에도 저자는 덕질 생활이야말로 그녀의 삶을 보다 풍요롭고 행복하게 가꾸어 준 것이라고 고백한다. 어쨌든 나라가 위기에 빠졌을 때 응원봉을 들고 광장으로 달려나간 너와 나를 기억한다면 덕질 생활이야말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최고의 명약이 아닐지.....
덕질이야말로 인간을 성장하게 하고, 성숙하게 만들며,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해주는 게 아닌가 싶다. 나의 과거 덕질 생활을 떠올리게 해준 재미있는 에세이 <사랑할수록 나의 세계는 커져간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