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눈을 감지 않는다 - 연쇄살인범의 딸이 써 내려간 잔혹한 진실
에이프릴 발라시오 지음, 최윤영 옮김 / 반타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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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이 사는 곳에선 반드시 누군가 살해당한다"

"만약 당신의 아버지가 연쇄 살인범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이 책 <기억은 눈을 감지 않는다>는 이 충격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저자 에이프릴 발라시오는 이 책을 통해서 살인범이었던 아버지를 고발하고 있지만 단지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이 책은 자녀로써 그녀가 느꼈던 사랑과 공포, 분노와 용서, 그리고 진실과 자기 회복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사이코패스였던 아버지 에드워드 웨인 에드워즈. 그는 외부에서는 매력적이고 친절한 사람처럼 보였지만 가정에서는 매우 폭력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존재였다. 어렸을 적에 동물들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엄마에게 폭력을 가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막연히 그가 좋지 않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저자. 집은 더이상 자신을 보호해주는 안전한 공간이 아니게 된다. 하지만 아이였던 그녀는 여전히 아버지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었다.

에드워즈의 경우 어린 시절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했고 보육원 등을 전전하는 동안 학대를 받으며 자랐다.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 그가 이룬 가정은 결국 그의 소유욕과 약간의 책임감 그리고 가족들을 향한 학대와 무책임이 얽히고 설킨 공간이 된다. 저자는 어린 시절 수십 번 이사를 다니면서 전국을 떠돌게 되는데, 이는 결국 아버지가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덮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된다.

자라는 동안 저자를 비롯한 나머지 가족들은 아버지에 의해서 육체적인 폭력에 시달리게 되는데, 아버지의 괴롭힘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장난이라는 명목으로 아이들을 괴롭히고 ( 아이들을 숲속으로 달리게 하고 뒤에서 총을 쏘는 것도 장난? 정말 어이 없는 사례가 많음 ) 선물했던 동물을 팔아버리거나 죽이거나 하는 형식으로 아이들에게 지속적인 공포와 혼란을 주입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저자가 간결한 문체로 써내려가는 "고백" 때문이다. 그녀는 자녀로서 느꼈던 사랑과 증오, 혼란스러운 기억들을 아주 솔직하게 꺼내놓는데 그 용기에 감탄하게 되었다. 사실 범죄자의 가족도 피해자에 불과하다. 아이들은 어른의 범죄를 알 수 없고, 혹시나 알아채더라도 이 책의 저자인 에이프릴처럼 그저 살아남기에 급급했을 수 있다.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나는 가난하지만 부모님의 사랑이 넘치는 가정에서 자랐기에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무거웠다. 부모의 사랑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자라야할 아이들의 고통이 이야기 너머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그리고 꺼내놓기 참으로 어려운 이야기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털어놓은 저자의 용기에 감탄했다.

사실 아무리 감당하기 어려운 진실이라 하더라도 우리가 기록하고 증언해야 할 가치가 있는 법. 그러한 용기가 다른 이들을 구할 수 있기에.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 술술 읽어내려간 불편하지만 감동적이었던 이야기

<기억은 눈을 감지 않는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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