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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25년 6월
평점 :
"어떻게 그 책이 건지섬까지 갔을까요?
어쩌면 책에는 자신에게 꼭 맞는 독자를 찾아가는
비밀스러운 본능이 있는지도 몰라요"
전쟁의 상흔 속, 책이 피워낸 따뜻한 기적을 그려내는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처음에는 독특한 제목에 끌릴지는 몰라도, 읽고 나면 풍부한 인간성 그 자체를 보여주는
책 덕분에 큰 감동을 받게 된다. 스토리 안에는 책에 대한 사랑, 전쟁 속 인간애
그리고 공동체의 회복력을 이야기하는 깊은 울림이 있었다.
책의 배경은 1946년, 2차 세계대전이 막 끝난 후, 런던에 사는 작가 줄리엣 애슈턴은
한동안 칼럼을 쓰면서 인기를 끌었으나 이제는 진짜 자신만의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그러던 중 과거 그녀가 소유했던 책에 적힌 주소를 통해
건지 섬의 주민인 도시 애덤스로부터 편지를 받게 된다.
책을 주제로 시작된 두 사람의 편지 교환은 곧 줄리엣과 건지 섬 다른 주민들과의 활발한 편지 교류로 이어지게 되고, 그 와중에 "건지 감자껍질 파이 북클럽"이라는 이상하지만 사랑스러운 이름의 독서 모음 이야기가 펼쳐지게 되는데....
이 책은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식으로 쓰였다. 독자들은 줄리엣과 친구들
그리고 건지 섬 사람들의 편지를 통해서 인물의 감정과 사건을 간접적으로 엿보게 된다.
이러한 형식 덕분에 독자들은 마치 남의 편지를 훔쳐보는 듯한 매우 친밀하고도 몰입감 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특히 사랑하는 여인을 감동시키기 위해서 억지로 시를 읽다가 시인으로 거듭난 한 남성의 편지는 이 책이 가진 유머와 인간미를 대표한다.
책의 중심에는 "엘리자베스"라는 인물이 있다. 그녀는 독일 점령 하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돕다가 체포되고, 끝내 돌아오지 못한다. 그녀의 목소리가 이 책에서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그녀를 기억하고 떠올리는 사람들의 글 속에서 엘리자베스가 보여준 용기와 사랑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그리고 그녀의 딸 "킷"을 모두가 함께 돌보는 모습은 전쟁이 남긴 폐허 속에서도 서로 돕고 의지하는 공동체에 대한 희망을 보여준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책" 자체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책을 중심으로 두고 시작된 인연이 우정을 낳고, 치유와 연대로 이어지는 과정...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부분에 대해서 깊은 공감과 감동을 느낄 수 있다. " 책들에게는 은밀한 귀소 본능이 있다" 라는 표현은 문학이 가진 신비롭고 위대한 힘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은 비극을 다루되 비극에 함몰되지 않고
사랑을 이야기하되 로맨스에 치우치지 않으며, 문학을 찬양하되 과장하지 않는 균형감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책이 가진 힘, 즉, 사람을 연결하고 삶을 회복시켜주며 기억을 되살리는 힘을 보여주기도 한다. 위로가 필요한 순간, 천천히 다가와 조용하지만 따뜻한 친구처럼 곁을 내어줄 좋은 책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