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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이라는 착각 -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이정표
안호기 지음 / 들녘 / 2025년 5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문제는 경제"인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고성장 시대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성장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할 때가 왔다"라는 저자의 문장에 무릎을 쳤다. 그리고 경제 규모 세계 10위의 선진국이 되었지만 삶의 질을 보여주는 OECD는 꼴찌인 나라. 여든까지 일해도 노인 빈곤율 최대인 나라. 자살률과 산재 사망률, 임금 격차 최고인 나라. 구직과 노동에 지쳐 '그냥 쉬는' 청년 인구가 사상 최대 50만 명을 기록한 나라. 등의 문구에도 강한 충격을 받는다. 언론이 그동안 꽁꽁 감추고 있던 우리나라의 더러운 빨랫감을 목격한 기분. 아마도 우리는 매일 100m 달리기하듯이 살면서 그 와중에 넘어지는 사람들을 계속 밟으면서 살아온 지도 모르겠다.
책 [성장이라는 착각]은 우리가 그동안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온 성장 주의에 의문을 던지면서 "과연 성장이 정말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었는가?"를 묻고 있다. 저자 안호기 씨는 경향신문 기자로써 주로 경제와 환경 분야에 관한 기사와 칼럼을 많이 썼고 논설위원, 편집국장 등을 거쳤다고 한다. 그는 약 30년 넘게 언론인으로 살아오면서 한국 사회를 관찰하고 체득한 시선으로, 성장 지상주의가 낳은 폐해들을 조목조목 짚어낸다. 부동산 자산의 거품, 금융 시장의 팽창, 무너지는 돌봄과 심화되는 불평등 그리고 기후 위기의 심각성 등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 "서울에서 30평대 아파트를 사려면 2004년엔 18년, 2022년엔 36년의 월급이 필요했다"라는 통계는 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무력한 우리의 삶을 보여준다.
이 책은 크게 3개의 chapter로 나뉜다. 1장 <불가능한 성장: 현재 지구와 인류가 처한 상황>에서는 주로 계속되는 성장 주도론이 우리가 처한 현재 상황에 얼마나 맞지 않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GDP는 공해나 범죄 증가와 같은 요소를 파악하지 못하기에 실제 국민들이 느끼는 삶의 질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2장 <불필요한 성장: 자본주의를 통해 성장한 경제의 위기>에서는 어쩌면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금융 산업이 오히려 자본주의를 어떻게 황폐화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3장 <성장을 넘어: 30년 후 미래>에서는 선진국에서 움트고 있는, 성장을 넘어서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를 다룬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이 책은 무조건 "성장"만을 외치는 것이 다가 아니고 "성장" 위주의 경제, 사회 시스템이 잘 굴러가고 있다고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재활용, 친환경 소비 같은 "선한 소비자" 역할을 요구받으며 동시에 기후 변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개인적 책임으로 전가 받는다. 하지만 이 책은 본질적인 것을 묻는다. "이런 방식으로 진정한 변화가 가능할까? " 이 책은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과 그 폐해를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앞으로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한다. "탈성장"이라는 단어가 단지 유토피아적인 선언이 아니라 실제 가능하고 실행 중인 대안임을 알린다. 여러 유럽 도시들의 실험들과 공유 경제 모델 등은 '덜 성장하고도 잘 사는'삶을 보여준다.
이 책 [성장이라는 착각]은 단순히 성장을 완전히 멈추자라고 말하는 책은 아니다. 단지 지금까지의 경제 모델이나 성장 위주의 정책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를 다시 묻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성장에 대한 맹신을 경계하고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할 대안을 함께 모색해 보자는 글이다. 그리고 "탈성장"을 통해서 돌봄의 가치를 찾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단절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책이다.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잘못된 길을 걸어온 것은 아닌가? 지나친 성장 논리가 너무 피곤하다. 사람이 중심인 사회를 살고 싶다 등의 의견을 가진 분들이 읽어보면 크게 공감할 만한 책 [성장이라는 착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