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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새의 일일 - 이 망할 게으름이 나를 구원할 거야
큐새 지음 / 비에이블 / 2025년 5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망하지 않는 선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
미루는 게 미덕이 되는 세상을 꿈꾸는
선천적 회피형 인간, 큐새의 유쾌하고 명랑한 일상 기록!
내가 워낙 만화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작가님의 성향이 나와 비슷한 것 같아서 흥미진진하게 읽어보게 된 만화책 <큐새의 일일> 부제가 "이 망할 게으름이 나를 구원할 거야 "이다. 나 역시 미루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기에 이 "게으름"에 대한 작가님의 의견이 실린 만화가 너무나 궁금했다. 그림체도 약간의 여백 (?) 이 있는 듯하고,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황당한 사건이나 부끄러웠던 실수담 등이 유쾌하게 묘사된 만화들이라 너무 좋았다. 작가님과의 거리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이렇게 살아도 괜찮아,라는 일종의 "신경 안정제"를 선물받은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에피소드 중 하나는 <독일 지하철에서>였다. 독일로 유학을 간 주인공 큐새. 같은 기숙사에 머물고 있던 친구들과 지하철을 타고 연말 파티장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누가 그녀의 손에 폭죽을 들려줬고, 룰루랄라 받아든 큐새. 그러나 갑자기 누군가 그녀가 들고 있던 폭죽에 불을 붙였고... 지하철 안에서 미친 듯이 폭주하는 폭죽과 그것을 노려보는 다른 사람들.. 큐새는 당황한 채 짧은 독일어로 "Ich (나는) bin (이다) nicht (아니다)"를 외친 뒤, 너무 억울해서 Scheisse (똥)이라는 욕까지 문장 끝에 덧붙인다. 즉, 그녀는 "나는 똥이 아닙니다"를 큰소리로 외친 셈.
이외에도 <팬티가 이상한 만화>에서는 나름 보수적인 작가님이 T 팬티를 입은 것처럼 만천하에 알려졌다는 게 너무 재미있었고, <맨발 쇼핑>은 역시 이 정도로 엉뚱해야 창작자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에피소드였다. <파멸의 개미와 베짱이>와 <부라자 교훈>은 작가의 어머니가 작가의 자녀인 수림에게 들려주는 옛날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려낸 만화인데, 모전여전이랄까? 어머니의 유머감각이 그대로 작가 큐새에게 내려왔구나 싶을 정도로 아주 재미있었다. 어머니의 crazy 한 상상력을 작가님이 물려받은 느낌.
작가님의 자녀 수림과의 일화를 그린 만화들도 있는데 예를 들어서 <쌍쌍바>에서 수림은 꿈에서 어린 큐새를 만나 아주 신나게 놀다가 쌍쌍바까지 나눠먹게 된다. 꿈의 끝부분에서 어린 큐새는 수림에게 사이다 크림이라는 과자를 나눠먹자는 이야기를 했고, 현실에서 큐새는 과자를 나눠먹으며
마음속으로 이런 고백을 한다. "너가 내 반쪽을 채워줬듯 나도 너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자식 다 키운 만화>에서는 "설렁탕"으로 아재 개그를 연발하는 수림이가 너무 귀여웠고, <울고 싶어진 밤과 어떤 위로>에서 부모만이 알 수 있는 자녀로부터 받는 진정한 위로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만화책 <큐새의 일일>은 보통 사람들이 일상을 살아가면서 겪을 만한, 여러 황당한 에피소드들을 아주 재미나게 만화로 풀어내었다. 어린 큐새가 고드름을 신나게 먹고 나서 배가 아팠던 이유는? 지하철에서 어르신께 자리를 양보했던 큐새가 당황했던 이유는 뭘까? 평범한 일상 이야기이긴 한데 끝부분에서는 다소 내용을 비트는 듯한 "반전" 이 등장하기도 한다. 약간 추리소설 (?) 기법이라서 이런 부분 덕분에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주로 작가님 본인의 경험담을 담았는데, 특히 자녀인 수림과의 에피소드가 재미있기도 하지만 뭔가 뭉클하기도 하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감과 깨알 같은 개그감으로 충만한 만화책 <큐새의 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