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한다는 것은
김보미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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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의 협찬을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해금 산조의 고요함과 록의 격렬함 사이,

어디에도 머물거나 갇히지 않고 미지를 향해 가는

낯설고 자유롭고 독특한 음악 여정, 그리고 삶

에세이 [음악을 한다는 것은]은 해금 연주자이자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밴드 잠비나이의 멤버 김보미 저자의 첫 에세이이다. 왠지 고요하고 단아할 것 같은 악기 해금. 그러나 이 책에 등장하는 해금의 소리는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격렬하게 사람들을 사로잡는 듯했다. 전통과 록, 정적과 폭발 등등 섞이기 힘들 것 같은 요소들이 섞이면서 자신만의 창조적인 음악을 만들어온 한 뮤지션의 이야기인 [음악을 한다는 것은] "국악의 재발견"이라고 해야 할까? 굉장히 고리타분할 것 같았던 우리 음악은 이 책을 통해서 낯설지만 대단히 아름답고 대단히 강렬하게 다가온다.

부끄럽게도 한국인이면서도 그동안 나는 우리 음악을 등한시해왔다. 그래서 해금 소리가 어떤지, 산조가 뭔지, 글을 통해서는 도통 이해하기 힘들었던 나는 독서를 하던 와중에 김보미 연주자의 해금 연주 [소멸의 시간]을 유튜브로 감상했다. 강렬한 흑백의 화면 속에서 오직 연주에만 열중하는 김보미 연주자. 그런데 나는 음악을 듣고 정말 깜짝 놀랐다. 도저히 과거에서 흘러들어온 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미래지향적이었다! 하드록과 엄청나게 잘 어울리는 소리였고, 나는 비로소 그녀의 밴드 "잠비나이"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는 지은이가 해금이라는 악기를 만나게 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이 등장한다. 자신만의 개성이 강한 연주자는 기성 교육 안에서 다소 슬럼프를 가지게 되지만, 결국에는 자신만의 음악 언어로 "해금 산조"를 만들어가게 된다. 2부에서는 잠비나이 밴드라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된 저자가 록과 전통 음악을 넘나들며 벌이는 음악 활동을 보여준다. 한국이라는 좁은 땅을 넘어서서 세계와 함께 호흡하고 영혼을 쏟아붓는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음악을 전공하거나, 특히 국악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읽을 때 더욱더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을 책이다. 아마도 김보미 저자의 언어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악을 전혀 모르는 나 같은 독자들에게도 이 책은 정말 감동적이고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이상하게도 음악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녀가 "해금"으로 색칠해나가는 화려한 그림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나만의 색깔, 나만의 개성이 담긴 해금 산조를 만들어 내기 위해 그녀가 한 피나는 노력들이 매우 감동적이다. 진정한 예술가들은 천재라기보다는 정말로 성실한 사람들이다.

그래도 이 책을 꼭 읽어봐야 할 사람들을 꼽자면, 우선 나처럼 이전에는 "해금"이라는 악기의 매력을 잘 몰랐던 사람, 그리고 록과 국악의 결합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퓨전 음악의 매력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 아니면 에너지 저하 혹은 슬럼프로 인해서 인생의 목표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사람에게도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이 책 [음악을 한다는 것은]은 음악인 뿐만 아니라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기 위해서 꾸준히 노력하는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작은 연주이다. 우리 내면에 숨겨져 있었던, 우리 자신도 모르고 있었던 창작 본능을 일깨우는 작은 도발이기도 하다.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던 책 [음악을 한다는 것은]


"아주 오래된 악기로, 아주 낯선 음악을 만들다. 익숙한 것을 부수고, 낯선 것을 끌어안는 음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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