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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사피엔스
해도연 지음 / 네오픽션 / 2025년 4월
평점 :
* 출판사에서 협찬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난 아직 여기 있어. 우리는 아직 여기 있다고."
마치 인류 문명의 시작을 그려내는 듯한 작품이랄까?
그래서 소설이라기보다는 인류학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읽어 내려간 소설 [라스트 사피엔스]
문명의 시작이 있었으면 끝도 있겠지만
어쩌면 그것은 거듭된 반복의 결과일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듯한 소설이다.
주인공은 아마도 냉동 캡슐이었을 것으로 보이는 장치에서 깨어난다.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왜 이 캡슐 안에 있는지
아무런 기억도 떠올릴 수 없는 주인공
그는 띄엄띄엄 여기저기에서 발견되는 단서들을 통해
자신의 이름이 에리카라는 점과 이미 2만년이 훌쩍 지난
미래의 시점과 공간에 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갓 태어난 아기가 천천히 주위 환경을 파악해나가듯
새로운 눈으로 주위 환경을 알아가는 주인공 에리카.
그녀는 본인처럼 냉동 캡슐 속에서 사망한 듯한 사람과
마치 폐허처럼 변해버린 건물들을 발견하게 되면서
자신이 잠들어 있는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를 짐작한다
그러던 와중에 양쪽으로 갈라진 긴 코를 마치 팔처럼 사용하고 있는,
어쩐지 코끼리를 닮은 새로운 생명체를 발견하게 되고
그들을 "캔티펀트"라 부르며 관찰을 하고 추적하는 에리카.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평화로운 모습과는 달리
캔티펀트들은 에리카를 적으로 규정하고 공격하게 되는데.....
어떻게 보면 상당한 공포심을 자아내는 소설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인간 중심의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와 같은 독자들은
문명이 파괴되고 인간 존재가 사라져버린 듯한 공간에서
홀로 남은 에리카를 보면서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까?
그러나 공포스러운 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경외감을 자아내는 소설이다.
지성을 갖춘 생명체 "캔티펀트"가 가진 자애로움과 배려심 그
리고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연대하는 에리카의 모습
그리고 먼 우주에서 들려오는 "살아라"라고 하는 신호는
어쩌면 우리 인류의 한정된 지식만으로는 알 수 없는
미지의 세상, 우주가 인류에게 주는 선물과도 같다는 느낌이었다.
막판에 드러나는 일종의 반전은
한편으로는 허탈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희망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표현을 떠올리게 만드는 결말이랄까?
마지막에 나오는 에리카의 선택은 현재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 인류에게 일종의 위로와 희망을 안겨주는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SF 적 상상력과 철학적인 깊이가 만나서
인간 존재와 삶의 의미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는
소설 [라스트 사피엔스] 인류의 미래와 인간성에 대한
통찰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