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클럽
김쿠만 외 지음 / 냉수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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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협찬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달리기라는 이름의 치유, 그리고 함께라는 감각

책 [러닝 클럽]은 단순히 달리기에 관한 소설집이 아니다.

이 책은 달리는 사람들, 달릴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 그리고 달리면서 삶의 의지를

회복하고 싶었던 사람들 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다섯 명의 작가가 각각의 호흡과 리듬으로 써 내려간 다섯 편의 단편은,

마치 이어달리기를 하듯 느슨하게 연결되면서 "치유와 회복"이라는 주제를

또렷이 드러낸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최미래 작가의 <호흡 메이트>였다.

주인공이 사용하는 "러닝 클럽"이라는 앱에는 "브리드 라인"이라는 기능이 있는데,

이 기능을 통해서 낯선 러닝메이트와 메시지를 주고받고 통화를 하면서

함께 달리는 기분을 느낀다는 설정은, 사람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싶어 하면서도 외로움은 싫은, 현대인의 마음을 가장 잘 보여준다는 느낌이다.

직접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마음의 속도를 맞추는 감각.

그저 함께 숨 쉬며 달리는 것만으로도 연대감을 느낀다?라는 주제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김쿠만 작가의 <눈밭 달리기>에서는 네발로 눈밭을 달리는

주인공에게서 이상한 해방감이 느껴졌고, 이묵돌 작가의 <달려도 달려도>에서

늘 도망치는 주인공 민영에게서 젊은 날의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김준녕 작가의 <가장 보통의 빠르기>에서는 끝까지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며 달리는 태관의 모습에서 삶의 원칙이라는 게 느껴졌다.

책 [러닝 클럽]의 전체적인 주제를 말하자면, "자신을 다시 일으키는 치유와 회복"

인 것 같다. 누구나 달리기를 하다 보면 숨도 차고, 다리도 아프고, 그냥 멈춰서

쉬고 싶기만 한다. 그러나 그런 고통을 이겨내면서 달리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나아가고 있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나도 "한번 달려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계획을 세우고, 조금씩 거리를 늘리고,

속도를 높이는 과정을 통해 성취감을 다시 느끼고 싶다는 마음.

마지막으로 강렬하게 이미지로 떠오르는 장면은

이서영 작가의 [러닝메이트] 속 한 컷이다.

VR 고글을 쓴 채로 달리는 주인공 "경희"는

언젠가부터 둥글고 깊은 눈의 "사슴" 이미지가 거리를 좁히지 않으면서

함께 달리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에게서 왜인지 모를 경이와 안도를 느끼는 경희.

알고 보니 사슴은 겉으로는 연약해 보였지만

누구보다 끈질기게 농성장을 지켰던 윤재.

그의 존재가 VR이라는 일종의 가상현실 속에서

사슴이라는 상징으로 이어지고 그 이미지와 함께 달린다는 설정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뭉클한 위로로 다가온다.

뭔가 운명적인 인연 혹은 삶이라는 전쟁터에서의 전우라는 느낌이

이 한 장면에서 느껴졌다.

우리는 달리다가도 넘어지고 넘어졌다가도 다시 일어나 달린다.

그처럼 이 책 [러닝 클럽]은 모두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지금 잠시 멈춰 있어도 괜찮아. 너는 다시 달릴 수 있어.

지금 혼자 달리는 것 같아도 누군가는 곁에서 함께 호흡하고 있어."라고.

"달리기"를 주제로 사람과 삶, 상처와 회복을 다시 마주하게 만드는 앤솔로지 소설

[러닝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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