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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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유폐하는 겁니다

대단히 강렬하고 대담하며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책 <그녀를 지키다> 마치 살아있는 듯 생생하게 다가오는 조각품처럼, 이 책도 엄청난 생생함으로 다가온다. 시대를 앞서간 여인 비올라와 악마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천재적 재능을 가진 주인공 미모. 우연히 만나게 되었지만 서로가 서로를 알아본 둘은 자신들을 우주적 쌍둥이라 정하고 평생 우정을 지속해 가게 된다. 이 책 <그녀를 지키다>는 한 천재적인 조각가의 삶을 따라가며 그의 걸작품 "피에타 조각상"에 얽힌 논란과 평생 이어간 비올라와의 우정 그리고 파시즘의 광풍이 휩쓸었던 1900년대 이탈리아의 모습을 현장감있게 보여준다. 너무나 예술적이고 엄청난 흡인력을 가진 책 <그녀를 지키다>로 들어가본다.

주인공 미모는 12살의 어린 나이에 삼촌이라는 석조공 알베르토에게 보내진다. 아버지가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후 어머니가 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인색하고 옹졸한 알베르토에게서 푸대접을 받으며 일하던 미모는 어느날 무덤가에서 우연히 비올라를 만나게 된다. 엄청난 독서광인 비올라는 매우 지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였고 언젠가는 날개를 달고 날거라는 생각을 하고 산다. 그러던 어느날 오르시니 가문에서 밀어부친 정략 결혼을 피하기 위해서 지붕 위에서 날개를 달고 뛰어내린 비올라가 크게 다치는 일이 발생하고, 마침 미모는 알베르토에 의해 피렌체에 있는 공방으로 팔려가게 되는데.... 과연 이들의 운명은?

이 소설은 사실 수도원에서 죽어가는 노년의 미켈란젤로 비탈리아니, 즉 미모의 상황을 비추면서 시작한다. 말하자면 이 책은 죽어가는 비탈리아니가 과거를 회상하는 것을 담아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피에트라달바라는 마을에서 인색한 알베르토와 지내야했던 소년 시절과 서커스단에서 숙식하며 밑바닥 생활을 했던 청년 시절 그리고 드디어 자신이 만든 작품이 빛을 보게 되면서 세속의 성공과 명예를 누리는 이후 까지 이야기가 죽 이어진다. 왜소증으로 태어났기에 무시당하며 자랐지만 결코 꺾이지 않은 재능과 불굴의 의지로 걸작품을 만들어내는 미모를 볼 때마다 그야말로 감탄이 나온다. 이와중에 펼쳐지는 비올라와의 우정도 아름답다. 마녀, 주술사 등으로 불리면서 이웃의 쑥덕거림을 일으켰던 비올라. 그러나 사실은 그녀가 원했던 것은 아마도 자유로움이었을지도 모른다. 관습과 명예를 중시했고 매우 속물적인 오르시니 가문으로부터의 탈출을 원했을지도.

그러나 이 소설의 백미는 바로 그 "피에타상"에 대한 궁금증이라고 볼 수 있다. 다소 도발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미모는 그전에도 조각상을 만들때 자신만의 새롭고도 다소 선을 넘는 해석을 담아서 만들었기에 그의 조각상은 논란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의 피에타상은 사람들 사이에서 악마들린 조각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 조각상을 본 사람들을 감정적인 동요와 큰 혼란에 빠지게 만든다. 큰 논란이 인 탓에 수도원의 지하에 갇혀있다는 이 피에타상을 상상하면서 나와 같은 독자들은 이런 의문점을 품게 된다. " 미모가 피에타상을 어떤 계기로 조각하게 된 것일까?" "이 피에타상을 실제로 보면 어떤 느낌일까?" " 혹시나 비올라와 피에타상이 어떤 관계가 있을까?" ... 소설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밝혀질 일이지만

소설 "그녀를 지키다"는 정말 특별하다. 두 주인공이 나아가는 인생 여정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은 느낌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인간이란 무엇이고 삶은 어떻게 살아야할 것인가? 를 자꾸 떠올리게 되었다. 구슬땀을 흘리며 돌 속에 숨은 영혼을 발굴하는 미모의 모습과 관습을 거부하며 본인만의 고고한 자유를 누리던 비올라의 모습이 떠오른다. 야생 동물인 곰을 길들이고 죽은 이와 대화를 하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삶이라 믿었던 비올라. 그녀가 지금 살아있다면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행위예술가가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전쟁과 파시즘 그리고 지진... 온갖 불행으로 점철된 삶이었지만 미모와 비올라는 이제 본인들만의 세상에서 자유롭게 노닐고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인생이란 정말 짧지만 예술은 길고 영원하다... 라는 문장을 떠올리게 해준 엄청나게 재미있고 감동적인 책 <그녀를 지키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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