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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는다는 것의 역사 - 우리는 왜 목욕을 하게 되었을까?
이인혜 지음 / 현암사 / 2025년 2월
평점 :
탕에 몸을 담그고, 때를 밀고, 비누칠을 한다.
우리가 이런 방식으로 씻게 된 이유!
이 책 [씻는다는 것의 역사]는 "목욕"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살펴보는 인류의 문화, 생활상을 이야기한다. 한때 코로나가 전국을 강타한 이후로는 대중목욕탕 이용이 많이 줄어들긴 했으나 우리나라는 언제나 청결을 가장 중요시했고 현재도 대중들은 찜질방이나 대중목욕탕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청결만을 목적으로 목욕탕을 찾지는 않는 것 같다. 몸이 피로하고 찌뿌둥하다고 느낄 때도 사우나나 찜질방을 찾는 것이 사실인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 우리 인류의 목욕 문화는 과연 어떠했을까? 종교와 같은 다른 이유로 목욕을 하진 않았을까?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목욕"이라는 주제의 세계 문화, 함께 탐구해 보자.
우선 이 책은 크게 3개의 파트로 나뉜다. 1부 <세계 목욕의 역사>에서는 고대부터 최근까지 세계 각 주요 지역의 목욕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21쪽 <테르마이, 뜨거운 곳>이라는 제목의 글에는 로마의 대중목욕탕 "테르마이"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내 생각에 이곳은 현재 한국에서 인기가 있는 찜질방 형식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목욕이 일상의 일부였던 로마에서는 테르마이에서 개인적 친분을 쌓았을 뿐 아니라 음식을 구매해서 먹기도 했다고 한다. ( 찜질방에서 먹는 달걀과 식혜는 꿀맛 ) 그러나 기독교가 도입되면서 금욕주의가 생기고 신체적 쾌락을 죄악시함에 따라 유럽의 공중목욕탕은 결국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개인적으로 독특하게 다가왔던 목욕 문화가 바로 이슬람식 목욕 문화인 "하맘"인데, 이는 유럽에 '튀르 키 예식 목욕' 혹은 '터키탕'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코란에 기록된 무슬림의 기본 의무 중 하나가 바로 '살라트'라는 것인데 불결함을 없애는 절차인 '우두'가 포함되는 의식이다. 우리나라 목욕 문화와 다른 점은 바로 뜨거운 탕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목욕 의례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산모와 아기의 건강을 빌기 위함이다. 이외에도 핀란드의 국민들이 토요일마다 즐긴다는 사우나도 한번 경험해 보고 싶은 문화이다. 이파리가 달린 자작나무 묶음인 비타를 두드리며 건강을 기원한다고 하는데, 실제로 사우나는 혈압을 낮추고 심혈관 기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2부와 3부는 각각 <한국의 목욕 문화> 와 <공중목욕탕과 현대 한국 사회>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의 목욕 문화가 과연 어떠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고려 시대에는 남녀 구분 없이, 그리고 부끄러움 없이 모두 훌훌 벗고 함께 시냇가에서 목욕을 했지만 조선 시대에는 성리학이 들어오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목욕을 했다는 사실. 그리고 왕들의 목욕 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는데, 선조 ( 아직까지 욕을 먹고 있는 왕 )의 경우 임진왜란이 막바지에 이른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온천을 가겠다고 떼를 썼다는 사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을 관리하는 사복시에서 선조의 부당한 명령을 거부했다고 하니 우리나라는 왕의 명령이라도 옳지 않은 일에는 저항했음을 알 수 있었다.
현대에 이르러 경제가 성장하고 인구가 증가하게 되면서 한국에도 아파트라는 새로운 주거 양식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1961년에 온수 보일러가 등장하면서 집 안에 욕실을 갖춘 경우도 생겼으나 아직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중목욕탕을 자주 이용했다. 3부에는 공중목욕탕의 요금 분쟁, 공중목욕탕 이용 예절, 집은 아니지만 마치 집과 같은 포근함을 가진 찜질방에 대한 소소한 에피소드들 위주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수건을 훔쳐 가는 사람들, 속옷 빨래 금지 등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코로나 이후로 찾지 않은 목욕탕이 문득 그리워졌다. 청결, 종교, 그리고 휴식 등 다양한 이유로 목욕탕을 찾는 전 세계의 사람들. 우리나라는 사우나와 찜질방 등 여전히 공중목욕탕의 형태를 갖춘 시설을 즐기고 있다.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온 세상의 다양한 목욕 문화를 살펴본 재미있는 인문학 서적 <씻는다는 것의 역사>를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