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을 시작할 때 우리가 망설이는 이유 - 상처받는 관계에 지친 당신을 위한 애착 수업
미셸 스킨 지음, 이규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3월
평점 :
어떤 관계에서도 편안하지 못한가?
상대방을 온전히 신뢰하기가 어려운가?
연애를 시작하면 연인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가?
항상 비슷한 이유로 헤어지는가?
내가 지금보다 더 젊었고 싱글이었을 때 나는 안정된 애정 관계를 누리는 사람들을 많이 부러워했다. 그런 친구들은 대부분 부모님들과의 애착 관계도 좋은 편이었고 무엇보다도 자존감이 높은 편이었다. 본인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지니까 주위 사람들도 그렇게 반응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나는 왜 친구를 만나든 애인을 만나든 관계를 유지하는 게 그렇게 힘들었을까? 저자 미셸 스킨 박사가 쓴 이 책 <사랑을 시작할 때 우리가 망설이는 이유>는 말랑말랑해 보이는 제목과 달리 매우 전문적인 심리치료서라고 볼 수 있다. 심리적 문제를 겪는 사람들의 원인부터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본격 심리학 서적이다.
저자 미셸 스킨 박사는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의 라이트 연구소에서 임상 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현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거주하면서 심리 치료사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주로 대인관계 문제, 체중관리, 분노, 우울증, 불안 등등의 심리적 문제를 다루어왔다고 한다. 이 책은 전문 번역자가 옮긴 게 아니라 현재 대구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이규호 교수님이 번역을 했고 심리학 전문 서적이기에 전문가가 맡는 게 옳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부제목은 "상처받는 관계에 지친 당신을 위한 애착 수업"이다. 말하자면 어릴 적 부모와 주요 양육자 사이에 형성된 애착 관계가 불안정했던 경우에 여기서 비롯된 심리적 문제가 어른이 되어서까지 계속 이어지는 상황과 그 상황을 슬기롭게 해결하는 법을 다룬다.
이 책은 심리를 다루는 전문 서적답게 아주 다양한 심리 용어가 제시된다. 우선 우리 뇌에는 아몬드 모양을 닮은 편도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우리의 공포 반응과 관련이 있고, 특히 우리가 위협이라고 느끼는 경우 편도체가 아주 비합리적으로 반응을 하게 되면서 뇌의 감정적인 면이 이성을 아예 장악해버린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가 인지왜곡이라는 필터를 거치게 되면 현재의 경험이 마치 과거에 경험한 것과 똑같다고 느끼게 되는데 이것은 "확증편향"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이것이 촉발되면 우리는 관계에 대한 부정적인 신념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계속 찾게 되고 그것을 "핵심 신념"라고 부를 수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오래된 테이프" 혹은 "병렬 왜곡"처럼 현재 만나는 사람을 마치 부모를 대하듯 반응한다는 이론들도 있다. 평소에 나의 감정과 행동 패턴에 뭔가 이론을 붙이고 싶었던 사람들이라면 흥미로워할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은 1장 < 날 떠나지 마 - 버림받는 두려움 이해하기 >에서 10장 < 연애 시작! - 이제 어떻게 하지? > 순서로 정리가 되어 있는데,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무의식 속에 숨어있는 부정적 감정을 찾아서 그 원인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에서부터 심리적 왜곡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까지 아주 포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치료 사례가 나와 있고 ( 자신과 비슷한 사례를 찾아서 공감할 수 있다 ) 실제로 본인의 문제를 파악할 수 있는 자가 검사 문제들과 관계 경험 일지 쓰기, 본인의 행동 패턴 분석하기 등등 책을 그냥 읽기만 하는 게 아니라 공감하고 실질적으로 치료를 하는 수준까지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이론적 분석과 풍부한 사례 그리고 스스로 자가 진단할 수 있는 문제까지... 상당히 좋은 심리학 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어른이 되고 나서도 여전히 심리적 취약성을 가질 수 있다. 마음속 상처 입은 어린아이가 힐링이 되지 못한 채 어른이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요즘 주위 사람들의 태도나 행동을 보면 그들의 가족 관계가 좀 궁금해진다. 고압적인 직장 상사에게 저항하는 마음을 가지는 직원을 보면 혹시 그가 그런 아버지 아래에서 큰 것은 아닌지, 동료의 뛰어난 점을 시기 질투하는 직원을 보면 혹시 크면서 애정 결핍에 시달리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게 된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현재의 갈등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과거에 우리가 느꼈던 상처 나 고통을 되풀이하는 악순환을 겪을 수도 있는 것이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사례를 읽고 이 책에서 가이드 하는 대로 분석하고 점검하는 과정을 통해서 지금보다는 좀 더 안정된 사람이 되어 남과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대단히 전문적이면서도 확실한 심리 치료로 이끌어주는 책 < 사랑을 시작할 때 우리가 망설이는 이유 >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