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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나르 주식회사 - 김동식 AI 초단편선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5년 2월
평점 :
"AI가 모든 예술을 대체한 시대이지만,
예술가를 대체한 건 아니었으니까.
그것은 고유하니까."
최신 기술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이제 인공지능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A.I. 기술은 이제 막 피어난 꽃이긴 하지만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발달할 가능성을 품고 있다. 지금은 자율주행차나 스마트 가전제품 정도가 실생활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인공지능이 어디서 어떻게 쓰일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과연 인공지능이 좋은 방향으로만 쓰일까? 물론 좋은 방향으로만 쓰이면 좋겠지만 인간의 본질에는 악한 면도 있기에 인공 지능이 나쁜 쪽으로도 쓰이리라고 예상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김동식 작가의 AI 초단편선 <보그나르 주식회사>는 인공지능이 활발하게 사용될 가까운 미래를 보여주는 책인데, 황홀하면서도 약간은 섬뜩한 미래가 엿보인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A.I. 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인식과 사회 시스템의 변화"를 다루는 초단편 소설들이 실려있다고 볼 수 있다. 31쪽 "나 키우기"라는 이야기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프로그램이 크게 인기를 끌지 못하자 보그나르사의 대표는 가상 공간에서 "나" 자신을 키우는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다. 대표의 예상대로 이 프로그램은 대박을 치게 되지만, 사람들은 가상 공간 속 자신의 아바타마저 완벽한 이상형으로 키우고자 애를 쓰는데...... ( 현실이나 가상공간이나 완벽함이라는 허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 의식이 엿보이는 글 )
나는 49쪽 "AI 상속법"이라는 이야기가 특히 재미있었다. 인간을 정말 꼭 닮은 인간형 로봇이 상용화되자 사람들은 그들과 결혼까지 선언하게 된다. 그런 사람들 중 굴지의 대기업 회장인 김 회장도 로봇인 빛나와 결혼을 하고 몇 년 후 자신의 재산을 모두 빛나에게 상속하겠다는 선언을 한다. 그러나 로봇은 제조사의 영향력을 벗어나지 못하는 법. 김 회장은 빛나를 제조한 회사와 의논을 하고 재산 사용 제한도 설정하게 되는데.... ( 정말인간과 별로 다르지 않은 로봇이 탄생할 날이 멀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정말로 로봇과 결혼도 하고 자식 같은 로봇에게 재산을 상속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을 듯... )
59쪽 "대답해 줘, 로라"는 전통적으로 아이의 유년기와 함께 하는 친구 A.I.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어릴 적 A.I. 영희와 함께 했고 결혼해서도 비록 남편은 어색해했지만 영희와 함께 하는 인생을 꿈꾸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를 가지게 된 주인공에게 엄마는 영희를 떠나보내야 한다고 했고, 그런 엄마를 이해할 수 없는 주인공. 하지만 아이가 태어난 날, 주인공이 있는 병실로 찾아온 영희가 직접 주인공에게 이별을 고하게 되는데... ( 대를 이어서 집사가 되는 어떤 영국의 유서 깊은 집안을 본 기분... ) 81쪽 "누가 진짜 A.I. 인가"는 실제로 요즘 발생하고 있는 보이스 피싱 사건을 보여주는 이야기인 것 같은데, 가족의 목소리마저 똑같이 따라 할 수 있는 기술이라니 정말 무시무시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나는 김동식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정말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참으로 기발한 아이디어에 한 번 놀라고,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에 한번 더 놀라게 된다. 그리고 뼈 때리는 듯한 사회 비판 의식은 덤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 <보그나르 주식회사>는 본격적으로 인공지능이 일상이 된 미래를 다루고 있다. 인공지능 덕분에 주어지는 새로운 기회와 어쩔 수 없이 바뀌게 될 사회 시스템 그리고 그로 인한 부작용 등등등 인간으로써 한번쯤 생각해 봐야할 주제들이 깊이있고 재미있게 펼쳐진다. 초단편이라서 너무 이야기가 짧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오히려 짧아서인지 군더더기가 전혀 없고 꼭 담아야 할 내용은 깔끔하게 담은 느낌이랄까? 기발하고 독특한 소설을 찾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 <보그나르 주식회사>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