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되었지만 외로운 사람들 - 고독을 잃어버린 스마트폰 시대의 철학
다니가와 요시히로 지음, 지소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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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고독이 필요하다"

어제 저녁 이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 신랑이 지나가는 말로 "뭐에 대한 책이냐?"라고 물었다. "철학책이다" 라고 했더니 뭐 못 볼 걸 본 사람처럼 얼굴을 찡그리고 지나가는 남자. 마침 36쪽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사람일수록 평온하다"라는 대목을 읽고 있었는데, 자기처럼 깊이 고민하지 않으려 하고, 무식이 하늘을 찌르는 현대인을 묘사한 장면에서 찰떡같이 그런 질문을 하다니... 참으로 절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 다니가오 요시히로는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라는 스페인 철학자에 대해 언급한다. 이 분이 특히 도시라는 배경을 통해 현대 사회 분석을 잘 하는 철학자라고.

본격적으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저자에 대해서 잠깐 언급하자면, 1990년 출생으로 교토에 사는 젊은 철학자. 교토대학 대학원에서 인간 환경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미술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고 한다. 철학자이지만 철학을 뛰어넘어 폭넓은 분야에서 활약 중이라는 분. 요즘 우리나라가 이렇게 혼란스러운 이유는 사람들이 철학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젊은 분이 참 바람직하다 싶다. 어쨌든 다시 책으로 가자면, 위에서 얘기한 36쪽에서 철학자 오르테가는 현대인이 가진 문제점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 현대인은 자신이 헤매고 있다고는 추호도 생각지 않는다. (...) 현대인은 타고난 방향치나 다름없다" 한마디로 스스로가 무식한 줄 모르는 무식자라는 말씀. 메타인지 부족?

이 책의 부제가 바로 <고독을 잃어버린 스마트폰 시대의 철학>이고 저자는 주로 스마트폰 시대가 만들어낸 철학의 부재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3장 <연결되는 동안 잃어버린 '고독'>에서 저자는 현대인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나서부터 어디에 길들여졌고 또 무엇을 잃어버렸는지에 대해서 논한다. 상시 접속해 있고 인터넷과 소통하느라 눈앞의 사람들과는 소통하기를 멈춘 사람들. 그리고 이러한 반사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해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바로 '고립'과 '고독'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다른 사람과 분리되어 무언가에 집중하는 상태를 의미하는 '고립'과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상태인 '고독'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립과 고독의 상실이 불러온 결과는 무엇일까? 저자는 여러 철학자들의 입을 빌리면서 "군중 속의 외로움"이라는 주제로 이끈다. "악의 평범성"이라는 저서로 유명한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고독에는 고립이 필요한 반면, 외로움은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가장 또렷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공동체가 붕괴된 도시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외로움에 취약한 것은 사실인데, 우리는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 멀티태스킹을 하면서 감각 자극과 다른 여러 자극으로 잠시 외로움을 잊지만 이후로 더욱더 큰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는 것. 니체가 말했던 "자기 자신에게서 도망치려 한다"라는 것과 오르테가의 "미궁을 맴도는 모습"과 겹쳐 보이는 모습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위에서 남편을 욕하긴 했지만 나도 사실은 "철학"을 잘 알진 못한다. 나 같은 평범한 독자들에게 이 책 <연결되었지만 외로운 사람들>은 아주 멋진 철학 입문서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쉬운 용어로 쓰여있고 ( 철학서에 등장하는 난해한 용어가 없다 ) 없으면 안 될 것 같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가운데 알게 모르게 받게 되는 스마트폰의 해악에 대해서도 아주 잘 짚어준다. 감각이 지배하고 정신이 하나도 없는 이 시대에 아주 시기적절하게 출간된 책이라는 생각이다. 마무리하기 전에 113쪽에서 읽은, "철학"을 공부하기 위해 필요한 3가지 태도에 대해서 언급해 본다. 첫 번째 : 생각하는데도 연습은 필요하다 ( 성급하게 결과를 얻으려 하지 말길 ) 두 번째 : 쓰이는 대로 쓴다 ( 언어의 개념을 제대로 익히기 ) 세 번째 : 철학자의 상상력에 따라 읽는다 ( 일상과는 동떨어진 철학자의 상상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

철학책이 이렇게 쉽고 재미있고 실용적이기까지 하다니! 시류에 휩쓸려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스스로 느끼는 사람들이나 현재의 불안을 이기기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철학 입문서 <연결되었지만 외로운 사람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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