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천일괴담
왓섭!.베베 지음 / 북오션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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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의 위협에 처한 조선을 구하라

요즘 나라가 뒤숭숭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악의 위협으로부터 조선을 구한다는 주제의 이 책이 눈에 확 들어왔다. 처음엔 별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으나 이 책 <조선천일괴담>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흥미진진했다. 우선 캐릭터에 대해 설명하자면, 대단히 매력적인 주인공 이현이 있다. 그는 우리가 아는 그 세종대왕의 이복동생으로서 귀신이나 요괴를 볼 수 있고 그들과 소통을 할 수도 있다. 귀신이나 요괴로 인해 피해를 입는 마을을 찾아가서 해결을 해주는데, 무조건 그들을 없애는 게 아니라 원한이 있으면 대화로 풀어서 스스로 이승을 떠날 수 있게 한다. 한마디로 아주 정의롭고 이상적인 캐릭터이다.

소설의 구성과 스토리에 대해서 좀 말하자면, 이 책은 일종의 연작 소설이다. 12편의 단편이 이어지면서 하나의 큰 이야기를 형성한다. 각각의 단편에서는 조선의 요괴들이 등장하는데, 도채비 ( 도깨비 ), 구미호, 태자귀 등등 내가 알고 있던 존재들도 있지만 인로골설, 그슨대, 영노 등과 같이 그전에는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는 희한한 요괴들도 등장한다. 이현의 이복형제들인 세종과 대군은 해괴한 존재들로 인해서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서 이현에게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고 마치 암행어사처럼 각각의 마을로 그를 파견시킨다. 이현의 곁에는 아주 든든한 봉이라는 하인이 있는데 아주 어릴 적에 만난 사이라서 계급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마치 친구처럼 지낸다.

이 소설이 재미있는 이유를 말하자면, 우선 "드라마적 요소"가 풍부하기 때문이라 하겠다. 어릴 적에 엄마를 잃은 이현. 엄마였던 설화도 이현과 같은 초능력이 있다고 들었으나 이현은 엄마가 어떻게 돌아가신 줄도 모른다. 말하자면 출생의 비밀이 있다는 것. 이런 비극적인 어린 시절을 가지고 있는 이현이기에 이복형제들인 세종과 대군은 그를 알뜰살뜰 챙기고 돌본다. 이런 사연을 가진 게 이현뿐만이 아니다. 봉이는 제주도 출신으로, 한때는 부모님과 행복하게 살았으나 석연치 않은 이유로 어머니가 시름시름 앓다가 돌아가시게 되고, 곧이어 아버지마저 목숨을 잃는 비극을 당했다. 그리고 이현을 도와서 함께 요괴를 처리하는 도깨비 소하의 사연도 슬프고 극적이다.

한 5~6번째 에피소드까지는 조선의 여러 마을을 혼란에 빠뜨리는 소소한 요괴들과 귀신들을 처치하고 이승으로부터 떠나보내는 내용이 나오지만 이후에 소설은 이현을 최종 빌런에게로 이끈다. 이 거대하고 악독한 빌런을 만나기 전까지는, 연작 소설이긴 하나 각 이야기에 독립성이 있었다면 이후 부터는 좀 더 이야기에 응집성을 띤다. 이제 이현은 자신뿐만 아니라 조선이라는 나라를 송두리째 잡아 삼키려고 하는 거대 악과의 대결을 준비한다. 최종 대결을 하기 전에 그와 맞서는 데 도움이 될만한 존재들을 끌어모으게 되고 자신의 힘을 좀 더 키워줄 신성한 물건을 찾아다니게 되는데... 과연 이현은 위기에 빠진 조선을 구할 수 있을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도 탄탄하고 캐릭터들의 개성도 뚜렷하다. 그러나 이 책이 가장 좋았던 점은 바로 조선이라는 공동체, 즉 위기에 빠진 우리 자신을 구한다는 그 주제의식이었다. 물론 다양한 요괴들의 등장과 그 요괴들과 맞서는 스토리도 재미있었지만 결국 엄청난 빌런에 맞서서 이현뿐만 아니라 이현과 대치하던 요괴들까지 함께 힘을 합친다는 스토리는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어쩌면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내란이라는 혼란이 빠른 시일 내에 종식되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에 이러한 책이 더욱더 재미있게 느껴졌을 지도 모르겠다. 요괴나 귀신으로 인해서 괴로움을 겪는 백성들... 백성들의 괴로움을 잊지 않는 왕... 능력도 있고 정의롭기까지 한 이현.... 그 외에도 자신을 희생하여 공동체를 살리려는 여러 캐릭터들... 딱 한국인이 좋아할 만한 스토리가 아닐까? 기대보다 훨씬 더 재미있었던 책 <조선 천일 괴담>을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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