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귀
문화류씨 지음 / 북오션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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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자들의 피할 수 없는 운명

이 책의 제목인 '창귀'는 호랑이에게 잡아먹혀서 귀신이 되어버린 존재를 말한다. 이 책에 나오는 창귀들은 저승에 가지 못하고 다른 인간들을 꼬여서 범 혹은 괴이라고 불리는 존재에게 바친다. 창귀들을 조종하는 '괴이' 혹은 '범'은 산신이 되려는 욕심으로 사람들을 잡아먹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서 괴이는 유독 류씨 가문의 사람들만 타깃으로 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미스터리이다. 호랑이가 우는 동네라는 이름의 호곡동, 즉 곡동이 배경인 이 소설에서 사람들은 호랑이를 산신이라 부르며 섬긴다. 특이하게도 곡동의 호랑이들은 죄인이나 악인들을 잡아먹고 머리를 남겨두는 습관이 있었다.

1970년대 곡동에는 청강 류씨 집안의 "류덕현"이라는 인물이 살고 있었다.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물려준 재산으로 문둥병 환자들을 돌보는 등 마을을 위해서 헌신하며 착실하게 살아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류씨 집안의 사람들이 이상한 모습으로 죽어가기 시작한다. 우선 류덕현의 아들 영태가 몸은 사라지고 머리만 남은 채 발견된다. 뒤를 이어서 류덕현의 동생인 류덕삼의 아들인 준태마저 류덕현이 돌보던 환자들의 처소

에 있는 장독대 위에 머리만 있는 채로 발견된다. 모두들 그 처소에 머물던 나병 환자들을 의심하는 가운데, 요봉사라는 절에서 장례를 치르면서 아이들의 머리를 화장시키지만 그것들은 끝끝내 타지 않는데....

이야기는 더 이상 진전되지 않은 채로 20년이란 시간 이후로 점프를 한다. 주인공 용일은 술만 취하면 자신을 두들겨 패는 아버지 때문에 하루하루가 두렵기만 하다. 아빠의 폭력 때문에 엄마는 일찌감치 가출을 한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 날 허공에 대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던 아버지는 용일을 데리고 엄마를 찾는다며 장산이라는 조그마한 산으로 올라간다. 그런데 어두컴컴한 장소에서 갑자기 나타난 노승과 창귀로 변한 친척들이 산범이라는 거대한 존재를 데리고 와서 용일을 먹잇감으로 바치려 하고,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하던 그때 복면을 쓴 어떤 남자가 산범의 등에 작살을 꽂고 용일을 위험으로부터 구하게 되는데....

소설 [창귀]는 문화류씨라는 작가의 작품인데 이 분은 괴상하고 요망한 이야기를 즐겨 쓴다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작가의 이력을 보니 <문화류씨 공포 괴담집>, <군대 괴담> 등 이런 장르의 작품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 소설은 청강 류씨 가문에 내려오는 저주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예로부터 죄인들을 잡아먹어온 산신 혹은 호랑이들... 유독 류씨 가문의 사람들만 잡아먹고 있다면, 사람들을 돌보아 온 류덕현은 죄가 없지만 그 윗대 조상들에게 혹시나 죄가 있는 것은 아니였을까? 과연 류 씨 가문에서 어떤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길래, 산범 혹은 괴이가 저렇게 잡아먹으려고 안달을 하고, 창귀들이 춤을 추고 이상한 소리까지 내면서 류 씨 가문의 사람들을 홀리려 하는 것일까? 이 소설의 큰 줄기가 되는 미스터리였다.

그러나 이야기는 내 예상과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아마 다른 독자들도 생각지도 못한 진실에 충격을 받았을 것 같다. 인간이란 탐욕을 가진 존재이기에 한번 선을 넘어버리는 죄를 짓기가 너무 쉬워진다. 특히나 요즘은 정말 요지경 세상이 이런 세상인가 싶기도 하다. 최고 권력을 가진 자가 백성을 위하기는커녕, 백성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동을 했다. 그러나 사실은 요망한 주술사가 그를 꼭두각시처럼 부리고 있던 상황. 언론은 자본과 권력과 결탁하여 뻔뻔스럽게도 진실을 마치 거짓처럼, 거짓을 진실처럼 쓰고 있다. 마치 생각이란 걸 하지 못한채 구천을 떠도는 창귀처럼 어리석은 국민들은 여전히 죄를 저지른 권력자를 지지하고 있다.

소설 [창귀]의 뒷부분으로 가면 갈수록 뚜렷하게 주제가 드러난다. 악한 존재가 세상을 집어 삼키려하고 알고 보면 더 악한 존재가 뒤에서 조종을 하고 있다는 것. 어리석은 백성들은 창귀가 되어가는 줄도 모른채 소소한 이익 때문에 악한 존재를 계속 지지하는 상황... 탐욕에 휘둘리는 악한 존재는 정의로운 자를 죽이려 하고, 누군가는 탐욕에 휘둘리는 자를 조종하나니... 귀신 이야기인가 했지만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공포 소설 [창귀] 이런 장르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뚜렷한 메시지가 있어서 더 좋았던 이 소설을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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