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진의 시대유감 - 나는 고발한다, 당신의 뻔한 생각을
정영진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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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위로나 공감을 하느니

불편한 질문을 좀 해볼게요."

예전에 대중적으로 유명해진 한 스님이 쓴 책을 읽어본 적이 있다. 읽다가 중간에 던져버렸지만. 온갖 미사여구는 다 사용한 글이었지만, 겉 포장지만 화려하고 속은 텅텅 빈 상자 같은 느낌을 받았다. 깊이 없는 내용의 책을 보고 '저자가 진짜 스님이 맞나?'라고 고개를 갸우뚱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분은 이런저런 논란에 휩싸이더니 결국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 버렸다. 이 책 [정영진의 시대유감]은 내가 앞서 이야기한 한 스님이 쓴 책의 내용과 같은 위선, 허위의식, 가짜 등등을 고발하는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작가 정영진 씨의 오래된 팬이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몇 개를 구독하고 있는데, 그 채널들이 다루는 주제들이 굉장히 신선하고 시대를 반영한다. 그 외에도 이 분을 좋아하는 이유는 첫 번째로 지적으로 돋보인다는 점. 저자가 진행하는 방송에서 패널들에게 던지는 질문이 굉장히 날카롭다. 그리고 저자는 유머감각도 뛰어난 편이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을 조용히 듣고 있다가 던지는 농담이 완전히 촌철살인이다. 한마디로 배꼽을 잡는다. 그야말로 뇌섹남의 전형이다. 그런 정영진 씨가 책을 냈다니 어찌 읽어보지 않을 수가 있겠나?

책 [정영진의 시대유감]을 한마다로 요약하자면 "세상과 대중들이 가진 허위의식과 위선에 대한 고발" 과 "주체적이고 비판적 사고 권유" 정도로 할 수 있겠다. 남들이 눈치 보면서 "Yes"라고 말할 때, 당당하게 "No"라고 할 수 있는 저자. 그는 남들의 말에 쉽게 휩쓸리는 대중들의 허약한 자아와 모든 종류의 가짜, 거짓, 위선, 등등의 민낯을 이 책에서 드러낸다. 이 책은 크게 3개의 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파트의 제목은 [모순을 밝히다 - 고민 없이 산다는 것은 큰 위기다]이고 스스로 사고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유감을 드러낸다. 54쪽 "카페에 둔 노트북을 아무도 훔쳐 가지 않는 이유"에서 한국의 범죄율이 낮은 이유는 "성숙한 시민의식"보다는 거리 곳곳에 설치된 CCTV 등의 효과적인 범죄 예방 시스템 덕분이라고 말하는 저자. 명쾌한 진실 앞에서 반박할 자 누가 있으리.

Part 2 [가식을 비웃다 - 누구나 좋아할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조심하라]라는 글에서는 마치 뱀의 혀를 가진 것처럼, 겉으로만 좋아 보이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경계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112쪽 "비겁하고 간사한 사람들은 진실을 숨기고 듣기에 달콤한 말만 늘어놓는다. (...) 지금 힘들어하는 이에게 가슴이 뻥 뚫리는 이야기를 해주는 것은 채소를 먹지 않는 아이에게 울지 말라며 사탕을 먹이는 것과 비슷하다." 보기 좋고 듣기 좋은 거짓보다는 다소 불편하지만 인생에 도움이 되는 진실을 보려고 노력하라는 이야기로 들려서 공감했다. Part 3 [소신을 말하다 - 눈치 없는 사람이 세상을 바꿔왔다]에서는 진짜 눈치 없게 잔소리하는 작은 아버지처럼 느껴지는 저자. 그러나 항상 쓴소리가 도움이 되는 법이다. 스스로에 대한 객관화가 덜 된 채 제대로 노력도 하지 않고 일류 기업만을 바라보는 젊은이들에게 일침을 날리는 글 225쪽 " 당신들처럼 한심한 세대를 만들어서 미안합니다"라는 사회 초년생들이 꼭 읽어봐야 할 대목이라고 느꼈다.

우리는 불편한 진실보다는 편한 거짓을 더 좋아할지도 모른다. 먹방에 열광하고 사이버 렉카가 퍼뜨리는 쓰레기 같은 가짜 뉴스를 몰래 탐닉하는 버릇이 있을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실제 우리는 개, 돼지처럼 살고 있으면서도 어떤 정치인이 말한 "대중은 개, 돼지나 마찬가지다"라는 말에 흥분하고 비판한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을 프로불편러라고 몰아세우고 자신은 어떤 문제에든 쿨하게 대처하는 사람이라고 정신 승리를 하고 있을 수도. 어떻게 보면 그 "프로불편러"에 속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는 저자 정영진 씨는 이 책 [정영진의 시대유감]을 통해서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서 날카롭게 비판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그가 이 책을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정치적 위기도 정치인들의 문제만은 아니고 질문하지 않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대부분의 우리가 만들어낸 문제가 아닐까? 인 것 같다. 좀 더 나은, 이상적인 사회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이 꼭 한번은 읽어봐야할 책 [정영진의 시대유감]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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