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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직선이 아니다 - 암, 도전, 진화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매혹적인 탐구
김범석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1월
평점 :
죽음과 불멸의 두 얼굴,
암에 숨겨진 생명의 원리
우리는 죽음과의 조우를 최대한 미루기 위해서 암과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보곤 한다. 그나마 현대 의학이 발달한 덕에 요즘은 암 환자라도 생존율이 높은 편이지만 별다른 치료법이 없던 과거에는 암으로 인해서 조기에 사망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지금은 화학 치료, 방사선 치료, 수술 등 많은 방법을 통해서 암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이 책의 저자 김범석 교수는 아버지가 암으로 사망하신 것을 계기로 의사가 되고 암 정복에 뛰어든다. 주로 암 치료에 대한 내용이 많지만 암과 관련된 이야기들 - 유전자, 암의 기원,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이야기 등등 - 이 있어서 흥미로웠다.
저자 김범석 교수는 서울대학교 암 병원 종양내과 전문의이자 임상교수이다. 그는 많은 암 환자들을 만나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고통과 희망을 마주 해왔다고 한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저자같은 사람이야말로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진정한 의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 책 속에는 암 정복을 위해서 연구하고 피땀 흘린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암 치료에 쓰이는 약물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깊이 있고 전문적으로 쓰여있어서 좀 어려웠지만 그래도 흥미로웠다. 이 책은 크게 1~5부로 나뉘고, 1부는 저자가 의료 초보인 레지던트 시절 맞닥뜨려야 했던 수많은 죽음들과 그 앞에서 무력했던 경험을 담고 있다. 저자가 암 전문 의사가 되도록 만들었던 여러 계기들이 등장하고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죽음에 대한 저자의 고찰이 흥미로웠다.
"모든 죽음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죽음은 직선적이지 않다. 임계점을 넘어서면 몸은 한순간에 꺾인다.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몸은 순식간에 변한다. 이쪽은 생, 저쪽은 사. 마지막 바이털이 끊어지는 순간까지도 그랬다. 그 과정은 대개 이렇다." -30쪽-
2부 : 암을 향한 인류의 도전에서는 암 정복을 위해서 지금까지 인류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왔는지가 나온다. 다시 말해서 암 치료법의 시작과 발전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1896년 시카고에서 방사선에 노출된 공장 노동자의 피부가 벗겨지고 손톱이 빠지는 등 방사선에 의해서 세포가 죽는데 착안한 치료법, 즉 방사선 치료법이 개발된다. 그리고 1943년 미군 함대에 실려있던 겨자 가스탄이 폭발하면서 노출된 화학 가스가 세포를 파괴하는 것에 기초한 화합물 항암제가 발명되기도 한다. 독으로 암을 죽이는 치료법이 개발되면서 다양한 약물이 항암 치료에 쓰기에 되는데, 특히 최근에는 여러 항암제를 한꺼번에 사용하면서 치료 효과를 높인다는 점, 그리고 암세포 표적 항암제인 이레사와 같은 약물이 개발되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3부 : 죽음과 불멸의 두 얼굴, 암에서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바로 진화하는 암에 관한 이야기였다. 유방암을 앓고 있던 환자에게 다양한 종류의 약물과 치료법을 실시했던 의사들. 그러나 암 덩어리들은 약물에 대한 내성을 길러가며 끈질기게 살아남는다. 강력한 억제력이 있는 신약을 써서 그 환자는 치유가 되었지만 언제 또 암이 재발할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암세포도 여느 세포처럼 진화하고 발전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4부 : 반전에서 저자는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지금까지 암에 안 걸리고 살아온 게 행운이라고 한다. 이 주제에 대해서 저자는 "암세포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이라는 제목을 통해서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들은 묵묵히 일하는 반면 몸의 주인인 사람들이 혀에서 느껴지는 맛이라는 자극을 위해서 얼마나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섭취하는지를 밝힌다. 맛이라는 쾌락에 집착하는 와중에 많은 정상 세포들이 암세포로 변하는 과정이 있기에 저자가 "암세포는 죄가 없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이 책 [죽음은 직선이 아니다]는 암 정복이라는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진 채 평생을 암 연구에 바쳐온 한 교수님의 깊이 있는 지식과 본인만의 날카로운 철학이 잘 정리되어 있는 책이다. 굉장히 전문적인 책으로써, "죽음"에 대한 관념적인 글이 아니라, 암이라는 질병에 대한 A부터 Z까지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는 질문을 정리해 보자면, "암이란 무엇인가?", "현대의 암 치료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가?", "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은 무엇인가?" 등등인데, 이외에도 이 책에서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나는 너무 관념적이거나 추상적인 글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 생물학, 의학, 유전학, 약물학 (?) 등등 다양한 지식이 총망라되어있는 이 책이 정말 (X100) 재미있었다. 학창 시절에 특히 생물을 좋아했었는데, 그런 내용이 많아서 재미있었던 것 같다. 의학을 전공할 생각이 있거나 이런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픈 책 [죽음은 직선이 아니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