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른 방식으로 먹기 - 익숙한 음식의 낯선 세계를 탐험하는 시간
메리 I. 화이트.벤저민 A. 워개프트 지음, 천상명 옮김 / 현암사 / 2024년 12월
평점 :
생존의 문제에서 영토 전쟁과 권력.
요리법과 도구, 소울푸드, 대형마트의 등장까지...
시대와 나라를 가로지르는 음식에 관한 새로운 탐구
하루 3끼, 매일 먹는 음식에는 그 나라의 문화 그리고 역사가 녹아있다. 정작 식사를 할 때는 이런 부분을 생각하고 먹지는 않지만 가끔씩 문득 스쳐 지나가는 아이디어들이 있긴 하다. 미역국은 언제부터 끓어먹기 시작했을까? 김치는 누가, 왜, 어떻게 만들기 시작했을까? 왕들의 음식은 어떤 것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보릿고개, 즉 음식이 부족하던 시절에 서민들은 쌀 대신에 과연 어떤 대체 음식을 먹어야만 했을까? 등등... 예전에는 우리나라 음식이 세계에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제 한류가 대세가 되면서 김치를 찾는 세계인들이 많아졌다. 이렇게 시대와 역사 그리고 각 나라의 문화를 상징하는 음식. 책 [다른 방식으로 먹기]는 인류 역사가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형성된 이 음식 문화를 탐험하고 성찰한다.
우선 저자에 대해서 살펴보면, 메리 I. 화이트 교수는 보스턴대학교의 인류학과 교수인데, 주로 일본의 음식, 여행, 식문화 연구를 통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문화 인류학자이다. 이 책을 통해서 그는 욕망과 호기심, 무모함으로 점철된 인류의 삶 속에서 음식이 과연 어떤 기능을 해왔는지, 어떤 사회적 의미를 지녔는지를 문화 인류학자의 관점으로 살펴본다. 공동저자인 벤저민 A. 워개프트는 메리 교수의 아들인데, 어머니의 영향으로 식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역사학자인 벤저민 저자는 주로 농업의 기원을 시작으로, 음식의 변천 과정을 다루고 있고, 시대별로 나라에 따라 탄생한 음식을 역사학자의 관점으로 들여다보고 이야기하고 있다.
총 9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1장 : 농업의 기원으로 보는 자연과 문화에서 시작하여 9장 : 다른 방식을 먹기에서 끝맺음이 된다. 마치 인류의 역사를 보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1장에서 수렵, 채집 생활을 하던 인류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농경 생활을 시작하면서 비로소 국가라고 하는 어떤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것부터 설명이 시작되는 점 때문이었다. 2장 : 고대 세계의 주요 제국들에서는 일찍이 세계의 많은 나라들을 지배하고 큰 영향력을 끼쳤던 3개의 제국들 - 페르시아, 로마, 그리고 중국 한나라 -의 관점에서 펼쳐진 식문화를 다루고 있다. 페르시아인들의 음식에는 단맛이 빠지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게걸스럽게 먹는 그리스인들의 식습관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점 등등 그동안 몰랐던 흥미로운 지식의 향연이 펼쳐졌다.
3장 : 중세의 맛에서는 유럽에서 특히 종교적인 영향을 많이 받은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중에서도 "맥주"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영국에서는 가족들이 먹을 맥주를 직접 만드는 "에일와이프"라는 여성들이 있었으나 맥주 제조가 가톨릭교회로 완전히 넘어가게 되면서 산업화가 되고 맥주의 질 자체도 높아졌다는 흥미로운 옛날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4장 : 콜럼버스의 교환인가, 세계의 재창조 인가에서는 부자가 되려는 욕심에 향신료를 찾기 위해서 신대륙에 도달한 여러 탐험가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때 아메리카 대륙에서만 나던 식재료들이 유럽으로 넘어가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유럽에서 온 정착민들이 가지고 온 바이러스나 질병으로 많은 원주민들이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과 노예로 팔려온 아프리카 사람들이 쌀 관련 지식과 아프리카 양념으로 여러 다양한 음식을 만들고 지역 식문화를 연결시켜 주었다는 흥미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5장 : 음료, 사교모임, 그리고 근대에서는 사람들의 사교생활을 뒷받침해 주었던 커피, 차, 디저트 그리고 초콜릿과 같은 식품 위주로 이야기가 펼쳐지고 6장 : 식민지와 카레에서는 본격적으로 전 세계적인 식민지를 구축해나갔던 영국과 네덜란드의 음식 문화에 스며든 식민지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된다. 7장 : 음식 산업혁명과 8장 : 20세기 식습관, 또는 불만족스러운 대용량 식품에서는 각각 산업화 시대의 노동 분화로 인한 요리 문화의 변화와 대형 마트와 패스트푸드점의 탄생으로 보다 자본화되고 표준화된 음식에 대해서 다룬다. 9장 : 다른 방식으로 먹기에서는 저자가 일본에 거주하여서 그런지 요리에 사용되는 다양한 일본 칼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결국엔 각 나라와 문화에 따라 음식을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먹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음식과 요리법 등을 다루는 책인 [다른 방식으로 먹기]를 다 읽고 나니 단 한 접시의 요리에도 얼마나 많은 지식과 요리법이 들어가 있나 싶어서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책 한 권으로 이렇게 폭넓은 음식 역사와 음식 인류학에 대한 지식을 갖출 수 있다면 시간을 투자하더라도 꼭 읽어봐야 할 책이지 않을까? 싶다. 지금 우리의 식탁에서 시작되는 너무나 흥미로운 음식 이야기 [다른 방식으로 먹기]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