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8 : 한비자 - 현실의 정치학 ㅣ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8
채지충 지음, 이신지 옮김 / 들녘 / 2024년 12월
평점 :
"나는 더 이상 성인이 나타나 우리를 다스려주기를 기다리지 않겠다.
범상한 지도자로서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겠다."
한비자는 기원전 298년경 한나라의 왕족으로 태어난 사람이다. 당시 한나라는 다른 나라의 틈바구니에 끼인 채 전쟁의 요충지로 늘 위험을 안고 있었고, 특히 진나라의 위협에 전전긍긍하고 있었다고 한다. ( 마치 우리나라를 대변하는 듯 ) 한비자는 한나라가 망해가는 것을 볼 수 없어서 여러 번 왕에게 글을 올리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오히려 적국인 진나라의 시황제가 한비자가 쓴 글을 보고 감탄하여 그와 대화를 나누기를 청하였다고 한다. 한비자는 주로 현실적인 정치를 강조하였고, 임금의 권세를 강조하는 "세", 신하의 능력을 평가하는 "술", 그리고 모든 사람이 법을 따르게 하는 "법"이라는 세 가지 포인트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 책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 한비자]는 독자들이 동양 철학에 대한 개략적인 이해를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저자 채지충은 대만 출신의 세계적인 만화가로 제자백가를 비롯한 다양한 동양 사상, 중국 설화와 기담을 재창작한 작품을 발표했다고 한다. 1999년에 "만화를 통한 동양 전통 철학과 문학의 전례 없는 재창조"를 인정받아 프린스 클라우스상을 수상했다고 하고, 물리와 수학 등에 관한 만화도 그린 적이 있다고 한다. 저자가 그린 만화는 단순한 선으로 인물과 사물의 특징을 잘 그려낼 뿐 아니라 동양 철학 사상을 정교하게 잘 담아내고 곳곳에 유머를 담아서 독자들이 철학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한다.
이 책에 실린 만화들은 마치 신문에 있는 네 컷짜리 만화처럼 언뜻 보기에는 단순하고 짧은 편이다. 각 페이지에는 한비자가 남긴 주옥같은 문장이 먼저 소개가 되고, 그 문장에 담긴 뜻이 만화로 표현된다. 군더더기 없는 아주 깔끔하고 명료한 그림체 덕분에 내용이 아주 이해가 잘 된다. 예를 들어서 29쪽에는 "한 번의 울음소리로 사람을 놀래키다" 라는 문장이 만화로 소개된다. 초나라 장왕은 즉위한 지 삼 년이 지나도록 정사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우사마가 이유를 묻자, 장왕은 이런 대답을 한다. "그 새가 비록 날지 않는다 해도 한번 날면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를 것이고, 한번 울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것이다" 장왕은 조용히 능력을 갈고닦아서 훗날 천하를 다스리는 패왕이 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가를 이끄는 리더라는 사람이 법과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 혼란에 빠져 있는 상태이다. 한비자는 강력한 법과 권력으로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사회질서를 굳건히 세워야만 백성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우리나라 정치인들과 엘리트 집단 그리고 모든 국민들이 마음에 새겨야 할 좋은 문장와 내용들이 정말 많았다. 19쪽 "발톱과 이빨"에서는 권세 없는 임금은 이빨 빠진 호랑이와 마찬가지이고 신하와 심복이 위세가 당당하면 임금이 제대로 나라를 이끌 수 없다는 내용이 있다. ( 무속인들이 나라를 쥐고 흔드는 현 우리나라 정치 상황을 반영하는 듯 ) 42쪽 "먼 물로 가까운 불을 끌 수 없다"라는 일을 도모함에 있어서 실제적인 효용과 이익이 있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동양철학을 제대로 공부한다면 삶에 있어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좋은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뜻을 가르치는 책이라도 너무 어렵거나 지루하면 독자들이 쉽게 접근하기가 힘들다. 그런 면에서 이 책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은 단순하고 명료해서 한눈에 들어오는 그림체와 핵심을 짚어낸 문장으로 한비자의 철학을 잘 전달하고 있다. 유머와 해학이 담긴 그림들이기에 언뜻 딱딱할 수 있는 내용도 부드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한비자는 일찍이 강력한 왕권과 법에 근거한 정치를 강조한 학자였다. 현재 정치적 혼란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아주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지혜와 좋은 뜻을 재미있게 배우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책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 한비자]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