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사라질 날들을 위하여 - 수만 가지 죽음에서 배운 삶의 가치
오은경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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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들과 조금 더 잘 이별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무엇인가?"

​올해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나라도 시끄러웠지만 친구들의 부모님이 돌아가시거나 쓰러지셔서 수술을 받는 일들이 있었다. 내 경우에도 시부모님 두 분이 차례로 아프셔서 병원에서 함께 먹고 자면서 병간호를 해드렸었다. 사랑하는 부모님을 떠나보낸 친구들을 보니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이런 일들이 계기가 되어, 나에게도 닥칠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마음의 준비를 해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 [언젠가 사라질 날들을 위하여]는 38년간 간호사라는 직업에 종사한 오은경 저자의 글인데, 가정 전문 간호사로서 환자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하며, 떠남에도 준비와 존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어떤 게 좋은 죽음일까?라는 질문에 저자는 "좋은 죽음은 역시 준비된 죽음이다"라는 해답을 던진다. 총 4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는 그녀가 간호사 일을 하면서 겪게 된 환자들의 마지막과 그 경험을 통해서 느꼈던 감정, 깨달음 등을 다룬다. 18쪽 "긴 밤, 죽음은 인사도 없이 찾아온다"라는 에피소드는 그녀가 임상 경험이 전무했던 시절 겪게 된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궁경부암 환자였고 암 덩어리가 척추와 다리를 눌러서 움직일 수 없었던 환자는 그녀에게 진통제를 부탁했고, 저자는 환자에게 진통제를 놓아주면서 뭔가 좋지 않은 예감을 느낀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 그 환자는 수술을 받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고, 저자는 나이트 근무 때는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등 트라우마를 겪게 된다. 이때의 경험은 저자에게 큰 충격이었으나 본격적으로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계기가 된다.

​51쪽 "부디 평안하소서"에서는 그녀가 가정간호사의 역할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면서 겪게 된 경험을 다룬다. 50대 초반의 간암 말기 환자가 수술을 받았으나 이미 암세포는 뼈에 전이가 되고 만다. 간 이식 수술이 성공을 거두었기에 환자의 남편은 아내가 좀 더 살길 기대했지만 죽음은 어느덧 그녀에게 성큼 다가오고 말았다. 그러나 집에서 가족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고 목사님을 모셔서 예배를 드리는 모습은 내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죽음이었다. 그녀의 마지막 가는 길이 전혀 외롭지 않아 보였다. 60쪽 "침묵 뒤에 남은 침묵"은 위암 말기를 앓던 아버지를 떠나보낸 저자 개인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반년이 지나서 갑자기 몰려온 슬픔에 압도당하는 저자와 가끔 아버지 꿈을 꾼다는 그녀의 고백에 나도 같이 울컥하게 되었다. 그녀가 비로소 사랑하는 아버지와의 이별을 인정하는 순간인 것 같아서 더욱더 인상 깊은 장면이었던 것 같다.

​93쪽 "그 행려가 나의 곁에 오래 머물렀음을"에서는 저자가 시립병원에서 근무하던 당시의 경험이 소개된다. 시립병원 응급실에서는 주로 술에 취해 쓰러지거나 골절된 행려자와 노숙자를 치료하는 일이 일상이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스스로를 내팽개치듯 살아가는 그들에게 화가 났다는 저자, 그러나 행려병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기구한 사연을 들으면서 저자는 '행려환자' 이전에 '사람'으로 그들을 대하게 된다. 저자뿐만 아니라 행려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은 여기서 일하고 나서야 비로소 간호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행려 병동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삶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그들에게서 삶을 배웠다는 저자. 오만함을 버리고 비로소 겸허해지면서 외로운 그들 곁에서 위로가 되어주고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는 저자의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간호사들은 직업의 특성상 거의 매일 아픈 사람을 보고 그들을 돌보게 된다. 사명감 없이는 도저히 해낼 수 없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저자는 곧 죽음을 앞둔 환자들의 사례들을 많이 담았다. 젊을 때는 사회에서 명성을 날리던 사람이지만 아프고 병든 이후에는 가족들도 찾지 않는 외로운 사람의 이야기, 이미 주검에 가깝게 되었으나 마지막 가는 길에 아들이 올 수 있도록 연명 치료를 받았던 환자의 이야기, 그리고 자신이 죽은 뒤에 남겨진 가족들을 위로해 주는 사람의 이야기까지... 이 책에는 간호사로 일하며 저자가 겪은 다양한 환자들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된다. 누군가의 죽음은 본인뿐 아니라 남겨진 사람들에게도 슬픔과 고통을 남긴다. 그러나 평소에 어떻게 준비를 해왔냐에 따라서 "웰 다잉"을 이룰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자들의 마지막을 함께 배웅하면서 "죽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나눈 한 간호사의 이야기 [언젠가 사라질 날들을 위하여]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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