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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스
곤도 후미에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12월
평점 :
"결국 인간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꾼다는 건 불가능해."
상당히 충격적이면서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 [인플루언스] 학창 시절 서로에게 진정한 친구가 되어주었던 3명의 여성들을 둘러싸고 있던 비밀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들은 인생의 어느 순간에 서로에게 S.O.S를 요청하게 되고 그것은 어느새 그들을 옭아매는 올가미가 되어버린다. 어찌 보면 인생의 짐이라 볼 수 있는 비밀을 떠안게 되지만, 모든 것은 운명이었다고 해야 할까? 시절 인연과 타이밍으로 인해 그들은 서로에게 필연적 존재였을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이 책의 화자인 소설가는 출판사에서 전해준 편지를 통해서 자신을 만나고 싶다는 한 여인의 요청을 받게 된다. 그녀의 이름은 바로 토츠카 유리. 유리는 췌장암 진단을 받은 친구가 떠나기 전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소설가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고 그리하여 소설 [인플루언스]는 유리가 털어놓는 충격적인 과거 이야기와 함께 시작하게 되는데....
어린 시절 할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당한 듯한 사토코
아파트 단지에서 낯선 남자에게 납치를 당할 뻔한 마호
그리고 사토코와 마호가 겪게 되는 그 모든 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주인공 토츠카 유리... 그들은 무려 20년 동안이나 희미한 인연을 유지하면서 마치 전쟁터에서 서로가 서로의 목숨을 지켜주는 듯한 전우와 같은 관계를 맺게 되는데.....
성격에 따라 개인차가 있기는 하겠지만 여자들은 "단짝 친구"에 대한 환상이 있다. 나랑 마음이 환상적으로 맞는, 나의 외로움을 치유해 주고, 나의 비밀을 감춰주고 궁극적으로는 인생 전반을 공유해 줄 수 있는 사람.... 혹은 나 대신 내가 짊어진 인생의 짐을 대신 짊어질 수 있는 사람...?
곤도 후미에라는 작가의 이름이 낯익어서 작품들을 살펴봤더니, 얼마 전에 읽었던 [캐리어의 절반은]이라는 소설을 쓰신 분이었다. 당시에 그 소설을 읽고 느낀 점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연"이라는 주제로 아주 "절묘하고 치밀한 구성"을 가진 이야기라는 느낌이었는데, 이 책도 비슷하다. 플롯 자체가 대단히 치밀하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구성이다. 여성적인 감성으로 진행되지만 그 어떤 범죄 미스터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스릴감과 긴장감이 있다. 마치 겉으로 보기에는 차분한 바다지만 그 안에 격렬하게 몰아치는 파도를 느낄 수 있는 소설이랄까?
아무리 끈끈한 가족 사이라도,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라도 과연 우리가 서로에 대해 모든 것을 알 수 있을까? 어떤 이유로 우리는 비밀을 만들게 되고, 그 비밀을 덮기 위한 비밀이 또 생긴다. 여자들의 삶을 남자들이 모르고, 어른들은 학생들의 세계를 다 알 순 없다. 소설 [인플루언스]는 말할 수 없고 말해서도 안되는 비밀을 다룬다.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고 외롭고 척박한 삶에 어쩌면 "진정한 친구"는 사치일 수도?? 그러나 소설 [인플루언스]는 예상치 못했던, 전혀 다른 의미의 진한 우정을 제시하고 있다. 서로의 귀에 비밀스럽게 속삭이는 3명의 소녀 이미지가 보이는 듯한 충격적인 소설 [인플루언스]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