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진정성에 집착하는가 - 진짜와 허상에 관하여
에밀리 부틀 지음, 이진 옮김 / 푸른숲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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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서는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우리는 정말 '진정함'에 가닿을 수 있을까

진정성, 즉 '진정한 나'를 아직 찾지 못했고, 앞으로 우리가 계속 이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생각은 현재 우리가 품고 있는 불안감을 대변하는 게 아닐까? 소셜 미디어가 범람하고, 주체가 누군지 알 수 없는 가짜 뉴스들이 유통되고 있다. 돈이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본주의의 최고조에 다다른 지금, 사람들은 정체성 혼란과 진정한 나를 잃어버렸다는 느낌에 시달리기에 진정성을 원하는 게 아닐까? 아무래도 우리는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힘든 사회에 살고 있는 것 같다. 막연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진짜"를 찾고자 하는 바람이 모두들에게 있는 것은 아닐지.

이 책을 쓴 저자 에밀리 부틀은 저널리스트이자 문화 비평가로, 현재는 대중음악 산업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대중문화 쪽에서 일하는 분이어서 그런지 "진정성"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이 책도 주로 대중문화를 기반으로 쓰여있다. 저자는 일반 대중들의 입장 즉, 지금의 나는 진정하지 않고 계속 진정한 나를 찾아야 한다는 입장에 대해서 비판적인 어조로 글을 썼다. 과연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성이 혹시 허상은 아닐까? 진정성이 있다고 믿고 있는 부분은 혹시 누군가에 의해서, 어떤 집단에 의해서 유도된 게 아닐까?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셀럽 / 2장 예술 / 3장 제품 / 4장 정체성 / 5장 순수성 / 6장 고백. 아무래도 비평서에 가깝기 때문에 매끄럽게 이해되지는 않았으나 주제 자체가 어렵지 않아서 접근하기는 쉬웠다. 주로 미국의 유명 인사들이긴 하지만 1장에는 내가 알고 있는 셀럽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 중에서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바로 그 친근한 여배우 "제니퍼 로렌스"에 대한 것이다. 평소에 털털하고 인성 좋은 이미지로 팬들에게 각인된 배우인데, 시상식에서 자꾸 넘어진다거나 하면서 일부러 꾸민 듯한 "진정성"은 오히려 거부감을 일으켰고 결국 사람들 사이에 조롱거리로 전락했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이 부분을 다루며 저자가 내놓은 의견이 있는데, 내가 평소에 느끼던 것과 비슷해서 수긍이 갔다.

"진정성이 있는 척 연기하는 것은 애초에 진정성이 없는 것보다 더 나빴다. 진정성은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을 것을 요구한다. 순수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우리 자신일 것을 요구하고 내적 자아가 세상이 부과한 모든 제약을 극복할 것을 요구한다." ----33쪽------

2장 예술에서 작품과 음악에서 독자들이 추구하는 진정성에 대한 이야기를 논하는 저자. 저자는 예술에서의 '진정성'이란 작가의 진실이라기보다는 독자들에게 불러일으키는 감정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 즉, 독자들은 타인에게서 자신을 보고자 하는 욕망이 있고 이런 욕망이 작가들로 하여금 자전적 소설, 즉 작가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한 소설에 대한 집착을 부추긴다는 것. 2017년 <뉴요커>에 실린 단편소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연인에 대해 여성이 느끼는 바를 솔직하게 적은 글로써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독자들은 이 소설이 작가의 사생활을 다루었다고 생각했으니 알고 보니 다른 누군가의 경험이었다는 게 문제가 되었다. 진정성을 추구하는 욕망이 사생활 침해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작가는 고발하고 있다.

이 책에는 "매트릭스"와 "트루먼 쇼"와 같은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알다시피 매트릭스는 주인공 네오가 사람들을 가상현실 속에 가둔 일종의 인공지능과 싸우는 이야기이고 트루먼 쇼는 인위적으로 설치된 세트장에서 살던 주인공이 자신의 삶이 모두 가짜였음을 알아내고는 탈출하려고 몸부림치는 내용이다. 어쩌면 현대인이 "진정성"에 집착하는 이유가 네오와 트루먼처럼 가짜투성이의 삶을 "진짜"로 바꾸고 싶어 하기 때문은 아닐까? 하지만 저자는 이런 진정성을 추구하는 문화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혼란을 가중하거나 더 많은 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다고 본다. 진정성이란 본래 자유를 추구하는데 그것이 하나의 교리가 될 경우 오히려 자유를 빼앗는다는 것이 바로 진정성의 역설이라는 것. 나는 이 책을 통해서 현대인들이 "진짜" 브랜드와 연예인들의 "실제" 모습에 집착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고, 오히려 진정성이란 게 제대로 사는 삶에 족쇄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진정성"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 책 [우리는 왜 진정성에 집착하는가]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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