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동이 트는 사랑방 이야기 - 수다스러운 산문
강외석 지음 / 국학자료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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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고 흘러나오는

수다스러운 산문

“사랑방”은 한국식 전통 가옥에 존재하는 공간이고 취미를 즐기거나 손님을 맞이하는 곳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의 공간에서는 손님방과 같은 곳이었던가? 아마도 살림살이가 넉넉한 집안이나 양반집에서나 마련할 수 있었던 공간이라 여겨진다. 어쨌든 손님을 대접하는 공간이 따로 있을 정도로, 접대의 관습에 매우 친화적이었던 우리 조상님들. 저자 강외석님의 에세이 “먼 동이 트는 사랑방 이야기”는 주제에 상관없이, 손님들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누는 대화를 닮아있다. 저자 스스로도 “수다스러운 산문”이라는 부제를 붙일 만큼 정겹다.

이 책은 총 4부로 나누어진다. 옛 동네의 골목에서부터 우리가 아버지에게 품는 오해와 진실 그리고 번역가와 평론가의 역할까지... 이 책은 실로 다양한 주제를 중심으로 저자의 생각을 논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인상적이고 흥미로웠던 부분을 말하자면, 우선 “골목”이란 게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다룬 부분이었다. 18쪽 “골목이 일상이다” “골목은 대체로 서민층의 공간이다”라는 인상적인 문구는 양반에 비해서 차별받던 특정 계층과 옛 모습을 잃어가는 대도시에 대한 아쉬움으로 이어진다. 친구들과 뛰어놀던 그 골목길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을까?

울컥하는 심정으로 읽어 내려간 부분은 54쪽에서 시작되는 “아버지 생각 – 보이지 않는 아버지의 눈물” 편이었다. 스스로 외로움을 자처하는 아버지들의 시린 뒷모습을 표현하는 부분 “한 생을 깡소주를 마시고/담배를 피우며/행상하시던 어머니를 울리던 미운 아버지”와 진정한 부성애를 나타내는 표현 “겉으로는 냉혹하고 엄격하고 위압적인 이미지가 뚜렷하지만 한국의 아버지 역시 그렇다. 드러내놓고 표 내지는 않지만 속으로는 자식에 대한 무량의 깊고 찐하며 짠한 사랑을 품고 있는 것이다”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이가 들고 보니, 자식들에 대한 사랑을 마음껏 표현 못 하시고 살던 엄격한 아버지가 몰래 흘린 눈물이 보이는 듯했다.

183쪽 : 건강한 페르소나의 길이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페르소나” 즉, 원래는 가면을 의미하는 말이었으나 현대에 와서는 겉으로 드러나는 현대인의 인격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엿보인다. 저자는 페르소나가 실종된 상태의 인간 사회라면 어떻게 보일까? 라는 질문을 던진다. 아마도 거짓과 위선이 득실대는 불의의 세상이 아닐까?라고 결론을 내리면서 인터넷 속의 익명성을 예로 드는 저자.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 세상에서는 굳이 페르소나라는 가면을 쓸 이유가 없기에 악성 댓글을 쓰는 악마들이 들끓는다는 사실... 반듯한 인격의 표상인 페르소나를 가지는 것이 곧 건강한 사회로 가는 길임을 저자는 한 번 더 강조한다.

쓴소리도 단소리도, 웃기는 소리도, 싱거운 소리 등등 온갖 세상 이야기들이 자유롭게 쏟아져 나올 수 있는 곳 사랑방. 저자는 우리가 현재 고향 상실의 시대, 즉 “엘렌트”에 살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따뜻하게 품고 보듬어주는 이웃들의 손길이 있었지만 현재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서 고립된 상태라고 말하고 있는 저자. 지성은 몰안시되고 형식과 물질 위주의 자본주의가 주도하는 껍데기 인간 세상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는 것 같다. 저자는 따뜻한 사랑방을 찾아온 독자들에게 차를 대접하며, 이제는 외면보다는 내면, 물질보다는 정신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냐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그리운 옛날과 불안한 현대를 오고 가며 다양한 주제로 저자와 한바탕 대화를 나눈 것처럼 느껴지는 에세이 [먼 동이 트는 사랑방 이야기]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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