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행의 순례자 캐드펠 수사 시리즈 10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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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시리즈 중 10번째 소설 [고행의 순례자]를 읽게 되었다. 이번 소설은 특히 영국 중세에서의 종교적 관습이나 의식 등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좋았다. 성녀의 은총에 의해 다리에 장애가 있던 소년이 스스로 걷는다던가 순례자의 모습으로 와서는 다른 이들의 재산을 훔치거나 사기를 쳐서 돈을 빼앗는 범죄자들도 그려진다. 인간 사회란 시대나 공간에 상관없이 성스러움과 세속적인 면이 공존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이번 편은 여전히 정치적 혼란 상황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과 죄인의 속죄에 대한 주제를 다룬다. 물론 분홍빛 연애 사건도 있어서 재미가 더해진다. 시리즈의 다른 책들에 비해서는 약간 호흡이 길게 느껴진 [고행의 순례자] 속으로 들어가 본다.

1141년, 웨일스로부터 성 위니 프리드 유골을 가져온 지 어언 4년, 성 바오로 성 베드로 수도원에서는 유골 이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리고, 많은 순례자들이 참여하면서 수도원이 북적인다. 캐드펠 수사의 눈에 띈 사람들은 우선 순례의 의도가 의심쩍은 두 명의 청년들과 몸이 다소 불편한 조카를 데리고 온 풍채 좋은 한 여성이었다. 우선 두 명의 청년 중 키아란은 목에 커다란 쇠 십자가를 걸고 먼 길을 맨발로 걸어왔다. 그는 자신이 곧 죽을 병에 걸렸고 죽기 전에 영혼의 치유를 위해 고행을 택했다고 말한다. 동행인 매슈는 얼핏 보면 친구 같기도 하지만 이상하게 오히려 키아란을 감시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한편, 풍채 좋은 위버 부인은 동생 부부가 죽는 바람에 두 조카를 맡아서 키우게 되었는데, 그중 소년 흐륀은 뒤틀린 오른발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었고, 그로 인해 목발을 짚고 다니는 신세였다. 아마도 맑은 영혼을 가진 듯한 소년 흐륀은 성녀의 축복을 받기 위해 수도원까지 오게 되었지만 이미 고통을 초월했달까? 기적을 바라지 않는 초연함을 보인다. 한편 수도원으로 오던 도중에 키아란과 매슈 일행을 만나서 매슈의 도움을 받게 된 흐륀의 누나 멜랑에흘은 한눈에 매슈에게 반하게 되지만, 사실 매슈는 키아란에 대한 알 수 없는 집착으로 인해 멜랑에흘을 차갑게 대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이들 연인의 운명은?

헨리 주교가 전국의 수도원장들을 모은 협의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자신의 형인 스티븐 왕을 버리고 모드 황후를 지지하겠다는 선언을 한다. 그러나 크리스천이라는 한 성직자가 스티븐 왕에 대한 충성심을 회복하자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가 돌아가는 길에 그만 괴한들에게 습격을 당한다. 그러나 그는 가벼운 타박상에 그치지만 그를 도왔던 모드 황후 쪽 기사가 괴한들이 휘두른 칼에 심장이 찔려서 그만 사망하게 된다. 스티븐 왕을 여전히 지지하는 세력과 모드 황후의 세력 간이 점점 높아지는 긴장과 갈등... 평화를 조성하려는 노력이 과연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인가? 그리고 캐드펠 수사는 이 살인 사건을 어떻게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을까?

추리 소설이 그러하듯, 이 [고행의 순례자]도 퍼즐 조각처럼 이리저리 흩어져 있던 단서들이 마지막에 이르러 조금씩 맞추어져 간다. 이번 편에서도 내전과 권력 싸움으로 인한 혼란 등이 나타나고, 죄를 지은 자와 괜한 누명을 쓸 뻔했던 자가 등장한다. 약간 다른 점은, 누군가가 자신에게 원수나 다름이 없는 인물이 다치지 않도록 지켜주는 다소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다는 점이다. 지금과는 다르게, 과거 종교적 색채가 강했던 시대에는 스스로 지은 죄를 스스로 참회하게 하려는 노력이 강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하나 더 재미있었던 것은, 자신의 과거와 다시 재회하게 되는 캐드펠 수사 이야기!!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자세하게 말할 순 없지만, 앞으로 캐드펠 수사가 좀 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에게 인생을 바쳤으나 날카로운 추리력에 풍부하고 따뜻한 인간성까지 고루 갖춘 캐드펠 수사 이야기 10번째 시리즈 [고행의 순례자]를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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