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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들린 아이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8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복잡히게 꼬여있는 범죄 사건을 풀어보는 재미도 있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아주 보편적인 인간사에 푹 빠져볼 기회도 있는 캐드펠 시리즈. 이번에는 8번째 이야기 [귀신들린 아이]를 읽게 되었다. 이번에는 특히 가족 간의 사랑과 미움, 질투와 열등감 등등의 이야기가 나와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전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이렇게 공감이 가는 이야기를 써내려갈 수 있었을까? 진짜 엘리스 피터스 작가가 천재적인 영감의 소유자라는 말을 할 수 밖에 없다. 다른 어떤 시리즈보다도 더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던 [귀신들린 아이]
애스플리 가문의 둘째 아들인 열아홉살 메리엣 에스플리가 수도사가 되고자 하는 열망으로 성 바오로 성 베드로 수도원을 찾아온다. 날카로운 관찰력의 소유자 캐드펠은 아버지와 아들이 수도원에 들어서는 동작만 보고도 그들이 별로 끈끈한 부자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한편, 반드시 수도사가 되어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을 표현한 메리엣. 그러나 단순한 사건으로 피를 흘린 수사를 보고 지나친 공포에 질리거나, 밤마다 악몽을 꾸며 소리를 지르는 날이 반복되자 주위 수도사들의 근심은 나날이 더해져간다. 과연 저 아이가 진정한 수도사가 될 자질이 있는 걸까?
한편 윈체스터 주교좌성당 참사위원인 엘뤼아르가 친히 슈루즈베리에 들르게 되는데, 거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극도로 분열한 잉글랜드를 구해낼 계획을 세운 헨리 주교가 그의 가신 중의 한 사람인 피터 클레멘스 수도사를 북쪽 지방의 영주에게 파견을 보냈다는 것. 그런데 북쪽 지방의 영주들은 주교의 사절을 만나보지 못했다고 전했고, 그 이유는 바로 클레멘스 수도사가 중간 어디에서 실종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알고 보니, 클레멘스 수도사는 자신의 먼 친척인 레오릭 에스플리의 영지에 하루 묵은 다음날 종적이 묘연해졌고, 레오릭 에스플리는 바로 수도사가 되겠다고 온 메리엣의 아버지였던 것....
분명히 수도사가 될 자질이 아닌 것 같은데 (그러기엔 너무나 야성적이고 열정적인 성격을 숨기지 못한 메리엣) 메리엣이 왜, 어떻게 수도원에 들어왔을까? 궁금해하던 수도사들은 마침 밤마다 악몽을 꾸고 소리를 지르는 메리엣의 정체를 파악한답시고 그의 거처로 들어가서 방안을 수색한다. 로버트 부원장의 오른팔이자 들쑤시고 다니며 훈계하기 좋아하는 제롬 수사는 메리엣이 감춰놓고 있었던 붉은 빛의 머리 타래를 발견하고는 그것을 등잔불에 태워버린다. 바로 그 순간, 메리엣은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고는 제롬 수사를 덮쳐서 그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는데... 과연 메리엣이 그 타래를 감추고 있었던 이유과 성직자의 목을 조른 그의 미래는? ( 대단히 통쾌한 장면이었다 사실 ㅋㅋ )
다시 한번 캐스펠의 진정으로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한 시리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수도원에 들어오기 전에 전쟁에도 나가봤고, 뱃사람으로 일도 해봤다. 많은 일을 겪어봤고, 또 많은 감정을 느껴도 봤기에 젊은이의 허물과 단점을 감싸주고, 다친 마음을 회복도 시켜줄 수 있는 능력이 있지 않겠나 싶었다. 반면 부모가 자식보다 더 성숙하지 못한 경우도 많이 봤는데, 메리엣의 아버지인 레오릭이 그런 경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겉으로 보기에 잘난 자식들만 아끼는 부모들이 있다. 그런데 나중에 보면 부족하고 못난 자식이 부모를 제대로 섬긴다는 사실... 참으로 아이러니하지만 이또한 인생이 보여주는 진실이 아닌가? 하는 생각. 어쨌든 대단히 풍부하고 감동적인 인간사 이야기가 나오는 시리즈이다.
아주 사소한 단서만으로도 사건의 해결점을 찾아내는 우리의 영웅 캐드펠, 이번에도 아주 훌륭하게 사건을 해결한다. 캐드펠 시리즈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악인은 고쳐쓸 수 없고, 그들은 오래가지 못하며, 자기 꾀에 쉽게 빠진다는 것이다. 참으로 어리석고 어리석도다... 라는 말이 또 한번 나오게 만든 시리즈였다. 다음 편에도 또 어떤 이야기가 등장할까? 가면 갈수록 기대되는 흥미진진한 추리소설 캐드펠 시리즈.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