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집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홍은주 옮김 / 책세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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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고 싶었던 나의 노란 집

그저 그곳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 싶었을 뿐인데....

노란색 과일하면 예전에는 바나나를 떠올렸었는데, 이제는 아마도 "레몬"이라고 말할 것 같다. 그만큼 이 소설 [노란 집]이 나에게 던지는 레몬의 이미지가 강렬하다. 소설 [노란 집]은 주인공 이토 하나가 어린 시절부터 겪은 생활고와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서 겪게 되는 행복 그리고 마치 그 행복을 비웃기라도 하든 이어지는 불행 등을 다루는 소설이다. 노란색은 그녀에게 정말 의미가 있는데, 그 이유는 그녀가 인생에서 거의 유일하게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기간이 아마도 스낵바 "레몬"을 기미코와 함께 경영하던 시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 [노란 집]은 굉장히 흡인력이 있다. 캐릭터 묘사, 이야기 구성 그리고 작가의 필력까지 ... 하나도 빠짐없이 완성도가 높다.

주인공 "이토 하나"는 아버지의 존재를 잘 못 느끼며 자랐다. 아마도 엄마가 유부남의 애인이었을 것이라고 추측만 할 뿐. 다 쓰러져가는 공영 주택에서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데, 엄마가 동네의 스낵바에 다니면서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사는 생활을 하고 있다. 가난은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건지, 하나에게서 가난의 냄새를 맡은 아이들은 그녀를 "비빈바"라 부르며 놀린다. ( 일본 말로 빈보가 가난하다는 뜻이고, 비빈바는 빈보에 캐릭터 이름을 붙여 만든 별명 ) 삶을 다소 헐렁하게 사는 엄마는 다양한 친구들이 집에 드나들게 놔두게 되고, 그중 한 명이 바로 기미코 씨였다. 기미코 씨는 다정한 여성이라 집에 잘 붙어있지 않는 엄마 대신 어린 하나를 잘 돌봐줬다. 그러나 기미코 씨는 올 때 그랬던 것처럼 갈 때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천성이 굉장히 야무지고 강한 하나. 철이 들기 시작하면서부터 학교를 나가지 않고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열심히 돈을 모은다. 엄마에게서 독립하겠다는 일념으로 몇백만 원 되는 지폐를 모아서 상자에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하나. 그런데 하루아침에 돈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알고 보니 엄마를 계속 스토킹해왔던 엄마의 전 남자친구가 집까지 찾아와서 생떼를 부렸고, 바로 그날 돈이 몽땅 사라지게 된 것. 절망하고 몸부림쳤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던 하나가 우울해있던 그때, 사라졌던 기미코가 홀연히 하나를 찾아오게 된다. 그동안 하나에게 일어났던 모든 일을 들은 기미코는 하나에게 함께 스낵바를 차리자는 제안을 하고, 그들은 함께 낡은 건물의 3층에 "레몬"이라는 이름의 스낵바를 차리게 되는데........

소설 [노란 집]은 뉴스로부터 "기미코"라는 매우 낯익은 이름을 들은 현재의 하나가 과거의 일을 떠올리면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현재로부터 약 25년 전쯤 이야기가 서술되는데, 젊은 시절 하나의 고군분투가 정말 눈물겹다. 가난의 굴레라는 건, 마치 늪과 같아서 한번 빠지게 되면 복구가 어렵다. 그냥 더 빠지지 않기 위해서 허우적대면서 살아간다고 해야 할까? 뿐만 아니라 악순환의 굴레에 한번 갇혀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영혼의 빛을 잃어간다. 악착같이 살아도 가난과 불행이 연속으로 타격을 하게 되면, 마치 KO 패를 당한 복싱 선수처럼 그렇게 살아간달까? 하나의 엄마도, 기미코도, 영수도... 이 소설 [노란 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마치 뿌리 없는 나무처럼 연약하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그런 사람들이라고 해야 할까?

소설 [노란 집]에 등장하는 스낵바 "레몬", 그리고 노란색은 어쩌면 하나가 한 번도 손에 넣어보지 못한 많은 돈을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녀가 유일하게 행복했던 시기를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하다. 기미코, 하나, 하나의 엄마, 모모코, 란 그리고 영수... 이 소설의 등장하는 인물들은 세상에서 그리 환영받지 못했고 살아남기 위해 말 그대로 닥치는 대로 일하며 살아간다. 그래도 아무 일이 없던 시기, 돈을 버는 족족 미래를 그리며 모아가는 시기는 희망으로 인해서 행복했지만 그 행복을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연이어 발생하는 불운은 하나를 가만 놔두지 않는다. 엄마가 사기에 휘말리며 하나가 모아둔 돈을 다 가져가고, 스낵바 레몬이 갑자기 일어난 화재로 인해 재가 되고 만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하나는 하지 말아야 할 불법적인 일에 휘말리게 되는데....

소설 [노란 집]은 인생을 악전고투하듯 살아온 한 여성의 이야기이다. 어쩌면 이렇게 불행만 닥치는지... 밑바닥 인생들의 필사적인 삶이랄까? 하나와 하나 주변의 인물들의 삶에 대해 그냥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날 때부터 불행했기에 그 그림자를 지우기가 상당히 어려워보이기도 했다. 마치 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사막에서 모래를 움켜쥐며 살아가는 인생이랄까... 그런 이미지가 그려졌다. 집을 노랗게 칠했던 것처럼, 스낵바 레몬에서 즐겁게 일했던 것처럼, 앞으로의 하나의 삶은 무지 행복하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바라면서 책을 덮었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굉장히 흡인력있는 소설 [노란 집]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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