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마, 콤마
이승훈 지음 / 서랍의날씨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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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거짓말은 사람이 한 거다."

꿈처럼 신비롭게 다가온 소설 [코마, 콤마] 내 경우는 천연색의 꿈을 꾸기도 하고 누군가가 꿈속에서 내게 말을 거는 경험을 한 적도 있다.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는가 하면 정말 현실 같았던 꿈 때문에 깬 후 놀랐던 마음을 쓸어내린 적도 있다. 소설 [코마, 콤마]에서 코마 환자의 의식 속으로 들어가는 보호자들은 마치 꿈을 꾸는 듯한 여행을 하게 된다. 현실을 반영한 듯한 경우도 있지만, 누군가의 끔찍한 악몽 속으로 들어온 듯한 여행을 하는 보호자들. 그러던 와중에 일어난 심상치 않은 사건들... 설정부터 신비롭지만 갑자기 발생한 미스터리한 사건으로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설 [코마, 콤마]로 들어가 본다.

주인공 성훈은 6년 전, 코마에 빠져버린 약혼녀 수영의 의식을 되찾기 위해 김 교수와 최 교수가 공동 진행하는 실험에 참여하게 된다. 말하자면 현실로 돌아오지 못하고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을 수영의 의식으로 들어가게 되는 성훈. 실험 와중에 만난 수영의 기억 혹은 관념 혹은 수영의 의식은 자신이 코마 상태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성훈이 6년 전 행방불명되었다가 갑자기 돌아온 것이라 생각하고 그를 원망한다. 수영은 성훈을 기다리던 와중에 불행한 자신을 받아준 동생 영훈과 만나게 되었다고 하는데, 여기서 충격적인 점은 성훈에게는 동생이 없다는 것이다.

한편 실험에 참여한 다른 팀의 보호자인 지선 씨는 치매를 앓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코마에 빠진 엄마의 의식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녀는 치매 상태인 엄마의 의식을 대변하는 듯 뿌연 연기로 가득하고 어두침침한 그녀의 의식 속에서 천진난만한 어린 엄마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결국 어른이 된 엄마는 무서운 얼굴로 지선에게 돌아가라는 말만 외친다. 없는 동생과 데이트를 한다는 수영 그리고 자꾸만 돌아가라고 등을 떠미는 엄마...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을 겪게 된 성훈과 지선... 실험 결과는 시원찮고 낯선 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등 찝찝한 일이 계속되는데...

그러던 와중에 실험을 끝낸 후 빠르게 사라져버린 지선이 다시 연구실로 돌아오지 않는 사태가 발생하게 되면서 비상이 걸리게 되고, 두 교수들은 성훈에게 지선 엄마 서현의 의식 속으로 들어가 문제를 해결할 열쇠를 찾아주길 바란다. 서현의 의식 속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는 성훈... 과연 그 사실은 무엇이고, 지선에게는 어떤 일이 발생한 것일까?

꿈, 의식, 무의식 등등 인간의 심리를 다룬 책을 좋아해서 그런지 굉장히 재미있게 읽혔던 소설 [코마, 콤마] 이 책을 읽는 동안 영화 [더 셀]이 생각났다. 연쇄 살인범이 가둬놓은 피해자의 위치를 찾기 위해서 코마 상태에 빠진 범인의 의식 속으로 들어가는 FBI 요원과 심리 치료사의 모험을 흥미진진하게 그린 영화인데, 어린 시절에 학대를 경험하고 나쁜 사람이 되어버린 범인의 과거가 그의 의식 혹은 무의식 속에서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위험하게 펼쳐진다. 매우 컬러풀하고 다소 충격적인 영상 [ 데미안 허스트의 말 해부상 등등 ] 도 나와서 아직 기억에 남은 영화인데, 이 소설하고

주제면에서 어울리는 듯?

소설 [코마, 콤마]에서도 현실이 아닌 코마 환자들 의식 속 환경을 잘 구현해냈다고 생각한다. 먹구름으로 가득 찬 듯한 치매 환자 서현의 의식 세계 도 잘 묘사된 것 같고, 엄마의 과도한 양육에 지쳐버려 자살을 시도했던 환자 선호의 의식은 마치 불타고 남은 재처럼 바스러지는 형태로 나타나 그의 지친 마음을 잘 표현해낸 듯. 마치 현실로 돌아오기 싫은 듯한, 혹은 현실로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는 각 환자들의 의식이 전반적으로 잘 묘사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우리 의학이 코마 환자들의 의식으로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발달은 되지 않았지만 나름 설득력 있게 쓰인 소설 [코마, 콤마] 예상치 못했던 충격적 반전 때문에 두 배로 재미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의식과 무의식 그 신비를 탐험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소설이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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