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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트 인생 - 다정한 고집과 성실한 낭만에 대하여
문선욱 지음, 웨스트윤 그림 / 모모북스 / 2024년 10월
평점 :
슬픔 없이 사랑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것을 후회할 일은 없을 것이다
에세이가 이렇게 재미있을 일인가? 평소에 잘 안 읽는 에세이 장르를 읽게 되었고, 그저 그런 에세이 중 하나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발칙한 책 좀 보소. 조곤조곤 속삭이다가 친구 눈물 콧물 쏙 빼도록 웃기는 괴짜 베프 같다. 지나온 삶의 궤적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책인데, 가끔 가다가 굉장히 웃기는 반전 유머를 빵빵 터트린다. 아마도 저자가 친구들 사이에서 개그캐를 맡고 계시지 않을까 싶다. 90년 생인 작가님은 아직 젊으시지만 음악, 건설업, 3D 아티스트 등 다양한 직업군을 거쳐왔기에 거기서 얻은 경험 덕분에 유머감각이 단련된 것인가? 싶기도 했다.
누군가 내게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라고 물어본다면 똑같이 살았을 것 같다고 대답할 것 같은데, 이 책 [저스트 인생]의 작가님도 그럴 것 같다. 겉으로 보면 온화한데 주관이 매우 뚜렷한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전형적인 외유내강의 사람. 작가님은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꿈인 음악 이야기부터, 맵고 매웠던 군대 이야기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해 잠시 뛰어들었던 건설업까지 아주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특히 재미있었던 부분은 군대에서 있었던 이야기와 한샘 바스 엔지니어 ( 욕조 설치하는 사람 ) 로 일했던 경험 이야기였다.
엄마를 지켜주기 위해 강한 남자가 되고자 해병대에 입대한 저자. 그러나 군대는 불합리한 조직 문화로 가득했고, 그는 그런 환경을 납득할 수가 없었다. 선임의 폭력에 저항한 이후 모두의 따돌림을 받게 되는 저자. 나는 이 대목에서 진짜 공감을 많이 했다. 개인으로 있으면 누구보다 건강한 정신을 가진 한국인들인데, 조직만 만들면 이상하게 조직 속 좀비가 되는 느낌... 끝까지 굽히지 않았던 그의 모습에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한샘 바스 건설업자로 일했던 경험도 참 재미있었다. 사수가 되면 700만 원 가까이 돈을 벌 수 있으나, 새벽 4시에 출근하고 새벽 2시에 퇴근해야 하는 강행군에 입이 딱 벌어진다. 그리고 그 와중에 조용히 공사를 하라고 하는 (?) 화려한 진상 고객에 대한 깨알 같은 디스 유머도 재미있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저자의 개그 감각이 남다르다. 적재적소에 재미있는 농담을 잘 생각하는 듯. 책을 읽다가 몇 번 빵빵 터졌었는데, 예를 들면 30쪽에 엄마가 갑자기 쓰러지신 불행한 상황을 이야기하며 " 불행은 별생각 없이 출근길 만원 버스에 올랐을 때 찾아오는 급똥 신호처럼 다가온다 "라고 묘사하는 저자.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곧 폭발할 듯한 장과 방광을 느껴보신 분들은 다 알 듯한 그 갬성 ^^. 그리고 54쪽 " [데미안]을 선물하자니 꽤 미안하고,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물어볼 바에 감바스나 먹으러 가자 할 것 같다. [동물농장]은 일요일 오전 9시에 하는 짜파게티 같은 TV프로그램일 뿐이다. 막내 작가 이름이 조지 오웰이던가." 뭔가 언어유희에 능한 마법사 같은 느낌?!!!
내가 평소에 에세이를 잘 읽지 않는 이유는 감성이 너무 과하다거나 내 취향에 안 맞는 글이 좀 있기 때문 . 그러나 이 책 [저스트 인생]은 완전 내 취향이다. 삶을 좀 아는 한 젊은이의 담백하고 웃기는 에세이라고 하면 될 듯. 약간 건조한 글 사이사이 빵 터지는 유머가 숨어 있다. 옛날 과자 중에 건빵과자라고 있었는데, 과자 사이에 숨어있는 별사탕 찾으면서 먹는 재미가 깨알 같았다. 이 책도 그렇다.. 깨알 같은 유머... 요즘 세상이 워낙 험악해서 제정신 차리고 살기가 참 힘든데, 이 와중에도 선한 의지를 지켜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참 존경스럽다. 그런데 저자가 그러한 사람인 듯. 사람들로부터 배우고, 경험으로부터 배우고, 힘든 가운데에서도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 [저스트 인생]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