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면술사의 시대

최면술사의 시대
이석용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9월

불가능한 자살 사건에 휘말린

최면술사의 미스터리 활극!

소설 [최면술사의 시대]는 조심스럽게 쌓아 올린 건축물 같은 느낌을 준다. 세계관이 탄탄하다는 느낌? 최면술사가 공무원이 되어 활약하는 상황이 설득력이 있다. 공리청이라는 정부 기구가 있고, 각 레벨로 나누어진 최면술사가 사회 복지사처럼 활약하는 가상 공간 이야기이다. 화자가 주인공 혼자이므로 조금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긴 하지만 그만큼 비밀스럽게 다가온다. 정부가 나서서 가난한 노인들에게 베푸는 '알레스 구트'라는 최면 복지... 그러나 의심스러운 노인의 죽음이 이어지게 되고... 과연 가려진 진실은 무엇일까?

세상은 '엔데 구트, 알레스 구트'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는 복지 사업이 진행 중이다. '끝이 좋으면 모든 게 좋다'라는 뜻을 가진 이 어구는 가난한 노인들에게 베푸는 복지를 말하는 것이다. 그 복지란, 공리청에 소속된 최면술사가 곧 죽음을 맞이한 노인들에게 찾아가서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게 최면을 거는 것이다. 말하자면 지금까지는 힘들었으나 죽을 때만큼은 행복하게 해주자는 취지이다. 그러나 죽음에 대해 지나치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된 사람들이 자살 충동을 가지게 될까 봐 항 자살 코드를 최면에 포함시켰다.

누구나 시험에 합격만 하면 최면술사가 될 수 있지만 레벨이 S, W, T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T 레벨이라는, 가장 높은 수준의 레벨을 가진 최면술사로 사람을 살짝 건드리는 것으로도 최면에 들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높은 레벨의 최면술사인 그는 전혀 예상치 못한 낙후된 지역으로 발령을 받았다. 당황스럽지만, 상황을 받아들이며 활동을 하고 있던 와중에 자신이 맡고 있던 박련섬 할머니가 굉장히 의심스러운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된다. 육교에서 뛰어내려 달려오는 차에 부딪혀서 돌아가신 할머니. 정황상 자살로 볼 수밖에 없지만 자살 방지 코드가 들어있는 최면을

받고 있었으니 자살이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느리지만 치밀하게, 소설 [최면술사의 시대]의 주인공은 박련섬 할머니의 의혹 가득한 죽음을 추적하게 된다. 사실 누군가를 의심하자면 주인공은 자기 자신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할머니에게 최면을 건 사람은 자기 자신밖에 없으니. 하지만 그는 일종의 고위 공무원이기에 스스로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높은 윤리 의식이 있다. 최면술을 사적으로 유용한다는 것은 그에게 있을 수 없는 사실! 주인공은 겉으로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는 모종의 음모가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주인공. 이 모든 의혹 뒤에 숨어있는 자는.... 누구?

책을 읽으면서 이러한 세상이 펼쳐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사실 우리나라도 일본 등 여러 선진국처럼 노인 인구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돈이 많다면 풍요로운 노후를 보내면서 마지막을 준비할 수도 있겠지만 가난한 채로 늙어버린다면?? 그 상황 자체가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내 생각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이 소설은 "허울좋은 정책"에 가려진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과연 박련섬 할머니의 이상한 죽음에 가려진 진실은 무엇이고, 주인공은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탄탄한 세계관에 집요한 추리가 더해진 흥미진진한 작품 [최면술사의 시대]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