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에 절대 안 나오는 영단어와 하찮고도 재미진 이야기
전은지 지음 / 들녘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외국어를 제대로 배우려면 그 나라의 사회, 문화, 역사도 함께 배워야 합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통해 낯선 언어의 세계로 들어가면 이해의 폭도 넓어지고,

결국 그 언어를 잘하는 데 (또는 시험 점수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워낙 입시 영어에 시달려왔기에 "영어" 하면 시험부터 떠오르는 나. 그러나 좀 더 재미있게 공부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에 이 책 [시험에 절대 안 나오는 영단어와 하찮고도 재미진 이야기]를 만나게 되었다. 정상적인(?) 이야기보다는 뭔가 기묘하고 특이한 이야기를 더 선호하는 나에게 이 책은 진짜 재미있게 다가왔다. 영화 [파묘]의 영어식 표기인 'exhuma'가 이제 더 이상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고, 단순히 칵테일 이름이라 생각했던 Blood Mary에 관련된 잔인하고도 끔찍한 역사 이야기도 알게 되었다. 이외에도 만화 '데어 데블'에 나오는 악당의 진짜 이름인 'typhoid Mary'에 관련된 좀 찝찝한 실화도 재미있었다.

이 책은 총 14개의 단어에 대한 흥미로운 실화나 역사적 이야기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이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푹 빠질 만한 책인데,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펼쳐져서 그런 것 같다. 평범한 단어들보다는 mutilate : 절단하다, exhume : 시체를 파다 등등 오컬트나 공포영화에 주로 나올 것 같은 단어들이 주로 소개되므로 장르물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풍덩 빠질 듯?? 이 책의 저자 전은지씨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과 어린이를 위한 동화를 쓰고 있는 작가라고 한다. 아무래도 영어 공부 자체가 지루하고 어렵다는 것을 아는 분이라서 그런지 이 책은 좀 더 흥미진진하게 구성해놨다는 생각이 든다.

위에서도 이야기했다시피 멀쩡한 (?) 단어들보다는 약간 장르적인 단어들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서 'mutilation'이라는 단어는 '팔이나 다리가 잘려 불구가 된, 사지 절단'이라는 뜻인데, 이 책에는 mutilate 외에도 amputate (외과적 수술로 절단하다), dismember (시신을 훼손하다), cut off (자르다, 절단하다) 함께 소개된다. 좀 더 깊이 있게 영어를 공부하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최적의 선택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mutilation'과 관련된 기묘한 역사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그것은 바로 인도의 타지마할 이야기이다. 사랑하는 부인 뭄타즈 마할의 죽음을 견디지 못한 샤자한은 나라에 있는 돈은 있는 대로 긁어모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 타지마할을 짓는다. 그러고 나서 그는 이보다 더 아름다운 무덤이 있어선 안된다며 건설에 참여한 인부 2만 명의 손목을 잘랐다는 이야기가 소개되는데, 믿거나 말거나.

이외에도 숨겨진 일화가 재미있었던 단어가 바로 'Typhoid Mary', 즉 장티푸스 메리라고 하는 단어인데, 이 단어는 저자가 'psionic'이라는 단어를 소개하는 와중에 등장한다. 'psionic' 은 각각 초능력과 전자 기기를 의미하는 어원을 합쳐서 나온 단어인데, 특히 요즘 슈퍼 히어로가 등장하는 영화나 만화에 많이 쓰인다고 한다. 1988년 만화 데어 데블에 나오는 여자 악당 뮤턴트 제로의 정체는 타이포이드 메리. 그런데 알고 보니 타이포이드 메리라는 별명을 갖게 된 여자 요리사가 있다?? 1900년대 초 아일랜드에서 온 40대 여자 메리는 몸 안에 무증상 살모넬라 균을 장착한 여자였고, 화장실에 다녀온 후 손을 씻지 않고 요리를 해서 그녀가 만든 음식을 먹은 사람들이 장티푸스에 걸려 사망하거나 고통을 겪는 일이 발생했다. 만화에 등장하는 악당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많은 사람들을 죽게 했던 악당이 있었던 것!!

이 책 너무 재미있다. 영어책 하면 지루할 것 같아서 일단 경계하고 읽어보게 되는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푹 빠지게 된다. 한국인들 대부분이 알 수도 있을 인도의 '타지마할'이야기와 같은 보편적인 이야기도 있지만 뱃살을 의미하는 love handles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1940년대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서 무려 촌충이라는 기생충 알을 삼킨 여자들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뿐 아니라 파티의 분위기를 망치는 party pooper, 즉 똥을 뿌리는 사람이라는 단어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1961년에 등장한 예술작품인 'Artist's Shit'로 이어지면서 난해한 예술 활동을 펼친 여러 예술가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도 나온다. 영어 단어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영어 문화권에 속한 나라들 안에 숨겨진 기이하고 기이한 그리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의 총집합이라고도 볼 수 있는 책이랄까? 영어 단어와 관련된 잡다한 지식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나 기묘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시험에 절대 안 나오는 영단어와 하찮고도 재미진 이야기]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