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이다 비나이다
신도윤 지음 / 한끼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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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으셔야 할 거예요. 여기서 계속 살고 싶으면.”

울타리로 둘러싸인 폐쇄적인 마을,

신의 존재를 맹신하는 사람들

절대적인 권위를 지닌 이장 겸 목사

신을 흡족게 할 비밀의 제물...

우리가 종교를 가지는 이유가 뭘까? 여러 이유들 중에서 "기복 신앙" 즉, 특정 대상에게 복을 비는 마음을 빼놓을 수 없다. 절이나 교회에 가서 기도를 올릴 때 인류의 평화보다는 올해 수능을 치는 막내의 대학 합격을 빌 가능성이 더 높으니까. 소설 [비나이다 비나이다]는 오컬트 호러라는 장르에 속하는데,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이비 종교와 신도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그들이 믿고 있는 신의 정체가 그야말로 충격적이고 경악스럽다. 실제로 이 신이 내 눈앞에 현현한다면? 나는 아마도 기절이나 졸도를 할지도 모르겠다.

주인공 최이준은 끔찍한 화재로 인해서 어릴 적에 가족을 모두 잃고 보육원에서 자라났다. 어른이 된 지금, 초등학교 교사가 된 이준은 산속에 있는 작은 마을인 "한사람 마을"의 초등학교로 발령이 난다. 워낙 인구가 적은 곳이라, 학년을 다 합쳐서 수업을 하는, 그런 작은 학교이다. 시골 마을이 그러하듯, 이 마을 사람들도 마치 가족처럼 서로에 대해서 잘 알고 친근하게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이준은 뭔가 기이한 장면을 보게 된다. 교회로 향하는 마을 사람들의 손에 들린 핏빛 봉투. 도대체 교회에 가는데 피가 뚝뚝 흐르는 보따리를 들고 가는 이유가 뭐란 말인가? 사람들의 설득에 의해 교회에 나가게 된 이준은 매달 예배 후에 추첨을 통해서 영광의 방이라는 곳에서 신을 영접하는 행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신을 믿지 않고 종교에도 회의적이었던 이준은 그 장면을 냉소적인 태도로 보고 있었으나 허리가 굽어있던 노인이 영접 이후 꼿꼿해진 허리를 자랑하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라게 되는데....

소설 [비나이다 비나이다]는 과연 "신이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든다. 신에게 잘 빌기만 하면 모든 소원을 들어주는 게 과연 맞는 걸까? 아니면 현실에서 도저히 얻을 수 없는 것을 원하는 우리의 그릇된 욕망이 그런 이상적인 신을 만들어낸 걸까? 이 책을 읽고 있으려니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숨겨왔던 자신들의 욕망을 드러내며 흑화된 모습을 보여준 골룸과 요정들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소설 [비나이다 비나이다]는 상상 그 이상의 충격적인 내용을 들려준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고 현실은 매우 제한적이다. 소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정성껏 기도를 올리는 것에 잘못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과연 신이 있다고 한들, 내가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는 신이 올바른 존재일까?


오히려 부와 권세를 안겨줬다가 한꺼번에 나락에 가게 만드는... 악마는 아닐지?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릇된 것을 원하는 삿된 자들과 그 삿된 자들을 마치 꼭두각시처럼 다루는 사악한 신이 진짜로 있을 것 같아서 두려웠다.

욕심이 화를 부른다는 말이 있는데, 이게 틀린 말이 절대 아니다. 내 생각에 인간은 무의식 속에 거대하게 꿈틀거리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것이 적절하게 제어되지 않을때?? 우리는 지옥으로 가는 급행열차를 탈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인간의 심리를 아주 잘 꿰뚫어 본 듯한 엄청난 오컬트 소설 [비나이다 비나이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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