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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인류 보고서 - 리얼 하드코어 오피스 생존기
김퇴사 지음 / 비에이블 / 2024년 8월
평점 :
백날 입으로는 때려치운다지만
몸은 착실히 회사를 다니고 있는
이 시대 직장인들의 희로애락에 대하여
대한민국 회사원이라면 누구가 가슴에 사직서 1개 정도는 품고 다니지 않을까? 일과 인간관계에서 오는 온갖 스트레스를 막아내며 오늘도 삶의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직장인들이야말로 전사들이 아닐지. 일종의 만화책인 [퇴사인류 보고서]에는 까다로운 직장 상사, 피하고만 싶은 야근 그리고 불가능한 퇴사 등의 주제로 코믹하고 재치 넘치는 한 컷짜리 만화들이 실려있다. 회사 때문에 밥 안먹도 체하는 직장인들이여... 이 책 [퇴사인류 보고서]로 위로를 받으라.
일종의 웹툰이자 한 컷짜리 만화들로 이루어진 책 [퇴사인류 보고서] 그림 형식은 팝아트로 알려진 로이 리히텐슈타인 작가의 것을 빌려온 듯하다. 리히텐슈타인 작가의 작품 중에서 [행복한 눈물]이라는 게 있는데, 한 여성이 눈물을 흘리면서 동시에 웃고 있는 걸 표현한 그림이다. 평론가들의 입을 빌리자면, 서로 상반되는 감정, 즉 행복과 슬픔을 하나의 그림에 담아냄으로써 현대 사회에서 느끼는 복잡한 감정과 상황을 잘 담아내었다고 하니... 복잡하기 그지없는 대한민국 회사원들의 감정을 이 [퇴사인류 보고서]가 아주 잘 묘사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 책은 직장인들이 경험할 수 있는 여러 상황 중에서 특히 "퇴사"를 주제로 많은 다양한 상황들을 묘사한다. 예를 들자면 진짜로 퇴사할 사람과 말로만 퇴사할 것 같은 사람을 담은 그림인 [퇴사자 구분법]에서는 말로만 퇴사를 외치는 우리들의 모습이 짠하게 묘사된다. 야근에 대한 에피소드들도 많은데, 야근하지 않는 방법에는 나와 마음이 같은 상사를 만나야 한다는 제목의 그림 [눈치 안 보고 빨리 퇴근하는 방법]이 실려 있고 [긴급 속보]라는 제목의 그림에는 야근 도중 탈출한 직장인이 마치 동물원을 탈출한 동물처럼 묘사되어 있다. 말풍선에는 "발견 즉시 사살해!"라고 쓰여있으니 그야말로 회사라는 동물원에 갇혀서 야근에 몰두하는 회사원 동물들이 눈에 보일 지경이다.
그러나 이 책은 한마디로 직장인의 희로애락 혹은 그들만의 애환을 담은 이야기이다. 매우 짠하다가도 작가 김퇴사님만의 조롱 섞인 재치 있는 그림과 대사 때문에 울다가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단짠단짠? 혹은 맵단맵단? 회사는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내려주는 고마운 곳이고, 직장 상사는 우리들에게 지식과 방향을 알려주는 고마운 분이지만, 한편으로는 마치 건조 오징어를 비틀어 물을 짜듯, 우리 직장인들을 쥐어짜서 성과를 내게 하는 존재이기도 한 것이다. 언뜻 보면 코믹하게 그려진 그림들이지만 매일 야근을 시키고, 퇴사가 너무 힘든 회사에 대한 분노를 상당한 냉소와 조롱으로 극복하게 만드는 그림들인 것이다. 겨자와 식초를 많이 넣은 물냉면 맛이랄까? ㅋㅋㅋㅋ 어쨌든 너무 재미있다.
띠지에 본 도서는 직장에서의 열람을 엄격히 금합니다 라는 말이 적혀 있다. 사장님이나 이사님이 혹시라도 이 책을 보게 되신다면 뒤통수를 휘갈기는 듯한 배신감에 울며 잠드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도 한때는 말단 사원이었고, 직장 상사에게 깨지고, 야근을 밥 먹듯 하느라 일상이 힘들있고 가슴과 서랍에 각각 사직서 1개씩 넣어놓은 사람들 아니었을까? 오히려 이 유쾌, 상쾌, 통쾌한 만화책 [퇴사인류 보고서]를 보고 웃으면서 힘들었던 과거를 떠올려보시지는 않을까? 다만, 이 책을 완독한 사장님이 [죽어도 퇴사 못하게 하는 법]이라는 책을 쓰시진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매우 재치 있고 발랄한 한편, 웃는 얼굴에 수십 년 묵은 회사원들의 한이 서려있다..라는 느낌이 든 만화책이었던 것 같다. 직장 생활에 찌들어서 우울하고 몸도 아파지고 내일 아침에 눈뜨는 게 너무 싫다고 느끼는 직장인들이 꼭 읽어봤으면 하는 재기발랄하지만 약간 똘끼있는 책 [퇴사인류 보고서]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