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불평등한 세계에 살고 있다 - 기울어진 세계에서 생존하는 법
미셸 미정 김 지음, 허원 옮김 / 쌤앤파커스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우리의 투쟁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

세상의 모든 차별과 혐오에 맞서는 연대의 힘

예전에 SNS에서 인상 깊은 영상을 본 적이 있다. 한 백인 남성이 동양인 여성에게 어디서 왔는지 묻는다. 그녀는 미국에 있는 한 주를 언급하지만 남자는 그녀가 "진짜로" 혹은 "원래" 어디서 왔는지 묻는다. 여자는 어이가 없었으나 할머니가 한국인이라고 대답을 해준다. 그러면서 그녀는 백인 남성에게 똑같이 되갚아준다. 남자에게 어디서 왔냐고 묻고, 그가 미국의 한 지역을 대답하자, "그니까, 원래, 진짜로, 당신은 어디서 왔습니까? 라고 묻는 여자.

이 영상은 몇몇 미국인들에게 뿌리내린, 스스로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 인종차별주의를 꼬집고 있다. 이미 이민의 역사가 오래되었고 많은 사람들의 조상들이 해외에서 와서 정착한 집단이 바로 미국이란 나라가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단지 피부 색깔로 미국인과 미국인이 아닌 사람을 구분하는 일부 몰지각한 미국인들도 있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코로나 시국에는 아시아인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폭력이 발생했었다. 사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떻게 퍼지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중국에서 왔다는 카더라 통신만으로 그렇게 아시아인들에 대한 혐오가 발생하고 폭력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혐오는 어떻게 발생한 것일까? 아마도 저자는 실생활에서 경험한 혐오와 차별을 통해서 현실을 바꿔야겠다고 느꼈던 것 같다. 이 책 [우리는 모두 불평등한 세계에 살고 있다]를 지은 저자 미셀 미정 김은 10대 초반에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자이자 퀴어 여성이다. 어떻게 보면 온갖 차별을 당할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을 통해서 그녀는 인종에 대한 차별뿐 아니라, 성차별, 동성애 혐오, 장애차별주의 그리고 원주민 혐오 등등 다양한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이 책은 아주 대담한 문체를 통해서 말하고 있다. " 모든 것은 백인 우월주의에서 시작되었다"

사실 미국이란 나라는 특수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백인들은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사 와서 자신들이 소유한 부를 불리기 위해 노동을 착취했다. 그들은 이미 다른 인종에 대한 소유와 노동착취라는 특수한 조건을 통해서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말하자면 다른 인종들을 주변화시키는 전략을 통해서 살아남았고 그로 인해 백인 ( 특히 백인 남성 ) 우월주의가 생겨났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런 백인 주류 사회와 문화는 백인성의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들, 행동들, 특징들을 강화하고 그렇지 않은 상황은 배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백인이 아닌 흑인이나 동양인, 남성이 아닌 여성, 시스 젠더가 아닌 트랜스젠더 그리고 비장애인이 아닌 장애인은 차별당하고 억압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백인 우월주의에서 비롯된 차별과 억압이 개개인들 사이에서 어떻게 유지되는지를 매우 심오하고 다층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서 분석하고 있다. 사회 시스템 속에서의 차별도 분명 존재하지만, 뿌리 깊은 차별의식을 없애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대인관계에서 발생하는 차별이나 혐오에 대해서도 깨어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사람들은 시스템에 보이지 않게 뿌리내린 어떤 의식이나 관념들을 쉽게 내면화시키는 경향이 있고, 이는 개인과 개인의 상호작용 속에서 발생하므로 완전히 깨어난 상황에서 평소에도 반인종주의적이고 반 억압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 이 책에서는 그렇게 살 수 있는 구체적인 단계와 실행 항목도 제공하고 있다. 그 누구도 억압받지 않는 평등한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연대가 필요하고 모두가 한마음으로 싸울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이 책은 굉장히 의미 깊게 다가왔다. 우리나라도 현재 많은 혐오와 차별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배층과 기득권이 현 체제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와중에 벌어지는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서로에 대한 끊임없는 돌봄과 서로에게 올바르게 행동하려는 헌신이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집단적 해방의 길을 걸을 수 있을 거라는 말을 한다. 함께 움직이고 함께 치유함으로써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 저자의 의견에 크게 공감을 했다. 세상의 모든 차별과 혐오에 맞서는 연대의 힘을 알려주는 강력한 책 [우리는 모두 불평등한 세계에 살고 있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