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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만나자
심필 지음 / 서랍의날씨 / 2024년 7월
평점 :
나는 12월 29일부터 삶을 되감기로 결정하였다.
거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죽음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역행하는, 역대급 매운맛의 소설 [어제 만나자] 피도 눈물도 의리도 없는 남자들의 냉혹한 세계가 펼쳐진다. 사건 전개가 너무나 빨라서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에서 달리는 기분이 들었던 독서 시간이었기에 다소 어질어질했지만 그만큼 몰입감과 속도감은 최고인 소설이다.
깡패 집단인 광장 그룹에 속해있는 동수는 이룬 것 하나 없이 나이만 먹었다. 일종의 퇴물 취급을 받던 그는, 회장 아들인 혁수의 죄를 대신해 감옥까지 갔다 왔다. 대신 가족을 돌봐주기로 했던 회장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먹고 살기 위해 과거 씨름 선수였던 동생 동호가 광장 그룹에서 운영하는 격투기 시합에서 선수로 뛰게 된다. 맷집이 좋아서 버티기로 시합을 견뎌왔던 동호는 병원에서 뇌손상이 심하다는 진단을 받아 은퇴를 해야 할 지경에 이른다.
여자 친구가 있었던 동호에게 신혼집을 마련해주기 위해 사채업자인 개눈에게 몇 천만원을 빌렸던 동수. 그러나 다음 날 여자가 돈을 들고 도망간다. 위기에 몰린 동수는 이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개눈에게 1억을 다시 빌리게 되고 동호가 뛰는 경기에 지는 쪽으로 베팅을 하게 된다. 순박하고 형밖에 모르는 동호는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임에도 동수가 시키는대로 결국 경기에 지게 되고, 승부조작이 있었음을 알게 된 회장 아들 혁수는 이에 대한 벌칙으로 장수항에 가서 월터라는 자를 데리고 오게 하는데,,,
빠른 템포의 소설이긴 하나 결말에 이르기 전까지는 고구마를 먹은 듯한, 다소 답답한 전개라고 느껴질 수 있다. 동수라는 캐릭터가, 진짜 한숨만 나온다. 이 인간은 가족 소중한 줄 모르는 건가? 하나 밖에 없는 아픈 동생을 이용해서 돈을 벌다니? 그리고 계속해서 터지는 사건들, 누가 돈을 훔쳐가고, 승부조작 들통나고 마약 중독자가 발광하는 등등...
진짜 현대판 운수 좋은 날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재수가 없는 동수에게 그대의 인생에 푸닥거리 한판이 필요할 것 같다고 권하려던 순간,
모든 것이 다 드러난다. 알고 보니 이것은 모두 누군가의 치밀한 계획 혹은 책략. 동수에게 있어서 엄청난 사건이 벌어진 후 시간을 되감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그는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엉켜버린 사건들을 재구성한 뒤에 사건의 진상을 깨닫게 된다. 신은 인간에게 두 번의 기회를 준다고 했던가? 그는 돌려받은 시간 속 자신만의 세상에서 완벽한 복수를 행하게 되는데....
작가님의 첫번째 작품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풍부한 필력과 치밀한 구성을 자랑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약간 정신이 없다는 단점이 있긴 하나, 무더위를 책임질 만한 볼거리와 오락적 요소가 가득한 소설 [어제 만나자]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