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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꼴
문병욱 지음 / 북오션 / 2024년 7월
평점 :
재개발 지역을 다큐멘터리 취재차 방문한 고 PD는
마을에 아이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상한 점을 알게 된다.
취재 끝에 고 PD는 흑주술을 쓰는 지희의 소행을 파헤치고
결국 그 복수극에 자신조차 휘말리고 마는데...
이 비극의 끝엔 과연 어떤 결말이 다가올 것인가?
주인공 고진선 PD는 MCS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는데, 일종의 권력 싸움에서 밀리면서 그동안 준비했던 프로그램이 무산되는 일을 겪게 된다. 실망한 그녀에게 선배인 우찬일 CP가 차선책으로 내민 프로젝트는 바로 "평택 가재 지구 도시개발건 ". 그녀는 후배와 함께 지역민들에게 개발건에 대한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 그 동네로 가게 되고, 거기서 이상하게 음침하고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50대 여인 지희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스스로도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지희에게 끌리게 되는 진선. 좋게 끌린다기보다는 뭔가 꺼림칙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이다. 지희와 인터뷰를 하던 중 진선은 마치 그녀의 손녀처럼 보이는 한 사진을 발견하게 되고, 그 사진에 대해서 묻자 지희는 아무렇지도 않게 20년 전에 죽은 딸 사진이라 말한다. 딸의 죽음에 대해서 그다지 동요하지 않는 지희가 매우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던 그때, 지희가 오싹한 말을 던진다.
"여기 사람들 보면 장성한 자식들이 있어야 하는 게 정상이죠? (...) 그런데 아마 이 골목에선 한 집도 없을걸요?"
20년 전 의문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희의 딸 영분. 호기심 많은 PD답게 진선은 마을 사람들을 통해 탐문조사를 이어가게 되고 어린 영분이가 친구들과 폐가로 가서 술래잡기 놀이를 하다가 추락사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이후 함께 술래잡기 놀이를 했던 아이들도 스스로 세상을 등지거나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아니면 정신줄을 놓고 병원에 갇혀 있는 등등 그 누구도 온전치 못하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러던 중 지희가 건넨 소풍 사진을 복원한 진선과 송 기사는 아이들의 눈동자가 모두 영분을 노려보는 기괴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런데 이 사진에 대해 유독 궁금해하고 이상하게 지희에게 집요한 질문을 던졌던 송 기사가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최근에 권력을 얻기 위해서 흑마술, 흑주술 같은 어둠의 힘을 이용하는 정치인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소름 끼치는 굿을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세계 이면에는 정신적 에너지를 이용하는 영적 세계도 있을 것 같긴 하다. 이 책은 저주, 비방, 흑주술 등등 아마도 인간이 무방비 상태에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어둠의 힘, 사악한 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뭔가 평범한 일상 아래에 똬리를 틀고 있는 불행, 불운을 암시하는 듯하여 좀 소름 끼쳤다.
[닮은 꼴]은 매우 음침하고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기는 소설이다. 읽다 보면 알 수 없는 검은 에너지가 온몸을 휘감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은 우리가 어렸을 때 흔히들 경험하는 친구들과의 갈등, 질투, 시비, 왕따 등등을 주제로 다루고 있긴 하지만, 그런 어두운 감정들을 좀 더 강렬하게 다룬다. 주인공 고진선 PD가 딸을 잃은 어머니에게 이상할 정도로 관심이 갔던 이유는, 사실 자신이 학창 시절에 겪었던 사건과 깊은 연관이 있다. 그래서 제목이 [닮은 꼴] 이었던 것. 소설은 조금씩 사건의 진상 속으로 걸어들어가면서 감춰져있던 비밀을 다 드러낸다. 독자들은 인간이 어디까지 사악해질 수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남에게 저주를 쓰거나 해를 끼치는 사람들이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 엄청 무섭고, 꿈에 나올까 봐 두려웠던 소설 [닮은 꼴]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