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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my
강진아 지음 / 북다 / 2024년 6월
평점 :
서로를 옭아매는 견고한 매듭
나의 엄마, 나의 딸
'모녀'라는 관계의 함정에 빠진
사라진 친구의 행방
카인은 질투심 때문에 동생 아벨을 죽이고도 피 묻은 손을 감춘 채 태연히 살인을 부정한다. 이렇듯 살인과 거짓말이라는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악"의 씨앗은 우리의 조상으로부터 후손에게로 전해졌으리라 본다. 나는 소설 [mymy]를 읽으며 "악의 유전성" 혹은 "악의 평범함"을 떠올렸다. 악은 실제로 존재하고 악을 저지르는 괴물 같은 유전자는 우리 안에 있다.
주인공은 싱글 맘인 엄마와 둘이 사는데, 그녀는 아빠의 존재를 모른다. 엄마는 청소, 식당 설거지 등등 온갖 허드렛일을 통해 하나뿐인 딸을 먹여살리고, 그런 엄마의 고생을 알기에 주인공은 공부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과학고 모의고사를 치른 후 자신이 공부에 재능이 없음을 깨닫는 주인공은 미술로 갈아타지만, 진짜 재능을 가진 다른 아이들 때문에 또 좌절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가 가진 재능은 따로 있었으니 그건 바로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하고 감정을 연기하는 것이었다.
소설 [mymy]는 주인공이 중학교 2학년 시절 겪었던 커다란 사건 - 바로 학급 친구 변민희의 실종 -으로 시작되고 변민희가 사라진 후 뒤에 남은 사람들 간의 진실 게임에 집중한다. 평범하게 집을 나섰던 민희가 영영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한때 변민희가 엄청 좋아했던, 홍콩 배우를 닮은 담임 한정철과 관계있는 것일까? 아니면 변민희가 사라졌던 날 아침, 그녀와 함께 있었던 오토바이 폭주족 남자 친구였던가?
혹은 허구한 날 딸에게 폭력을 휘둘렀다는 아버지가 연루된 일이었던가?
십수 년의 세월이 흐르고, 어느덧 성인이 된 주인공은 분식집을 차려달라는 협박에 가까운 엄마의 강요로 회사의 자금을 몰래 횡령했다가 들키는 바람에 해고를 당하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오게 된다. 그러던 중 아파트 공사 중이던 한 업체에 의해서 산에 묻혀있던 변민희의 시체가 발견되고, 공소 시효를 3개월 남긴 상황에서 살인 사건에 대한 조사가 재개된다. 마을은 발칵 뒤집히고 과거의 모든 기억과 용의자들이 한꺼번에 소환되게 되는데...
범인에 대한 감이 전혀 없다가, 시체에 대한 묘사를 하는 뉴스 부분에서 그만 소름이 딱 돋았다. 이야기 중간중간 작가님이 심어놓은 떡밥을 그제야 눈치챈 .. 나는 둔한 독자였다. 여러 이미지가 순식간에 마치 주마등처럼 내 머릿속을 휙휙 지나갔다. 아... 그때 그래서 그 사람이 그런 행동을 했구나 하는.. 소름 끼치는 경험.
소설 [mymy]는 엄마와 딸 간의 끊을 수 없는 집착과 애증의 고리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15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는 진실게임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병적인 거짓말과 치명적인 살인 사건을 오고 가며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소설 [mymy]
사람들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고 말하지만, 과연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