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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의 편지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7월
평점 :
인생에서 단 한 번뿐인 수요일의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수요일의 편지]는 젊은 시절의 이상과 열망을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둔 채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제 나이도 있고 책임질 가족이 있기에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적당히 타협해서 살아가는 우리들. 어떻게 보면 날개가 반쯤 꺾인 새나 작은 연못 속에서 바다를 꿈꾸는 작은 물고기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열심히 살아가긴 하지만 스스로 초라하다고 생각하기에 꿈을 실현했거나 빛나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질투심이 올라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노릇이다.
주인공 나오미는 성실히 살아가는 두 아들과 남편을 둔 평범한 주부이다. 까다로운 시부모님 비위도 맞춰야 하고, 가계에 보탬이 될까 싶어 먼지투성이의 쇼핑몰 창고에서 알바를 뛰느라 매일이 고단하다. 그러던 어느 날 고등학교 동창인 아오리를 만나게 되는데, 그녀가 누리는 여유로운 삶에 그만 강한 질투를 느끼게 된다. 세상과 사람에 대해 온갖 불만을 가진 자신에 비해 아오리는 매우 긍정적인 사람이지만, 자신에게 좋은 말을 해준답시고 설교를 늘어놓는 이오리 앞에서 나오미의 속은 뒤집어질 대로 뒤집어진다.
" 잘난 척하지 말라고. 말하려면 너도 그 시부모와 함께 살아 보라고. 내가 타인을 기쁘게 하지 않아서 불행한 거라고? 잘 되길 바란 적이 없어서 불행한 거라고? 계산대 앞을 지날 때, 평온한 미소로 인사해 주는 점원을 향해, 하마터먼 "홍차, 떫고 맛없었어요."라고 말할 뻔했다." - 42쪽-
미술대학교를 나왔지만 현재는 한 회사의 총무부에서 일하는 이마이 히로키. 그림책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미래를 책임져야 할 약혼자 카키가 있다는 핑계를 스스로에게 대며 프리랜서로 전향하는 것을 피한다. 그러나 안정된 삶을 위해 꿈을 포기한 자신에 비해 친구 고누마 다케시는 빌딩 청소를 하면서 원하던 일러스트 프리랜서의 삶을 추구하고 있다. 몰래 고누마의 삶을 부러워하고 있던 히로키에게 "수요일의 편지"라는 프로그램이 있음을 알려주는 약혼자 카키. 수요일에 있었던 일을 편지에 써서 '수요일 우체국' 앞으로 보내면 다른 누군가의 수요일 이야기가 쓰인 편지가 온다는 것이다. 가슴속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무엇인가를 담아서 편지를 써 내려가는 히로키...
"이제 도망치지 않겠습니다. 나는 내 마음에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림책 작가가 되기 위해, 용기를 내어 (즐기는 마음으로) 오늘 수요일부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겁니다. 단 한 번뿐인 인생, 죽을 때 후회하지 않기 위해. " -114쪽-
소설 [수요일의 편지]를 읽는 동안 꿈이 아주 많았고 눈빛이 초롱초롱했던 어린 시절 내 모습이 떠올랐다. 여러 국가를 넘나들며 국제회의에서 맹활약하는 동시통역사가 되고도 싶었고, 가수들을 더 빛나게 하는 백댄서가 되는 꿈을 꾸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제빵사가 되는 꿈을 꾸고 그림책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두 주인공의 열망이 남일 같지 않았다. 그런데, 기적이란 게 진짜로 있는 것인지, 우연과 필연이 겹쳐지게 되면서 그들은 조금씩 현실에서 벗어나 꿈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일종의 나비효과라고 해야 할까? 삐뚤빼뚤 서툴게 적어내려간 누군가의 "수요일의 편지"가 다른 누군가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추구할 에너지를 선사하게 되는데...
비 오는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이라는 구절이 떠오르는 책 [수요일의 편지]. 나도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다른 누군가로부터 편지를 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름도 모르는 낯선 이가 심는 희망의 씨앗이 내 마음속에서도 싹을 틔울 수 있을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따뜻한 에너지가 가득한 매력적인 힐링 소설 [수요일의 편지]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