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워터 레인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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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살인자가 당신을 노리는지, 아주 조그마한 이유라도 있다면

나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지. 하지만 아무 이유도 없잖아.

미안하지만 얼마나 더 당신이 이러는 걸 봐야 하는지 모르겠어."

아무리 장르소설이지만 독서하는 동안 이렇게 불안하고 심장이 조여오는 공포를 느낀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혹은 미쳐가는 한 여인의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했다.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가운데 조금씩 다가오는 살인자의 위협에 시달리게 되는 주인공 캐시. 그녀에게 걸려오는 전화는 규칙적이고 아주 집요하다. 아마도 살인자가 걸어오는 듯한 침묵의 전화를 받으며 점점 고립되고 자신을 잃어가는 캐시. 도대체 그녀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능력 있는 교사인 캐시는 방학이 시작되면서 동료 교사들과 밤늦게까지 파티를 하다 뒤늦게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 탓에 도로가 더 위험하다고 느낀 캐시는 남편 매튜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다소 어두컴컴한 숲길인 블랙워터 길을 거쳐서 집으로 오게 된다. 제대로 포장되지 않은 길이지만 지름길이라 15분 만에 집에 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블랙워터 숲길. 그런데 오던 도중 멈춰 서 있는 한 차를 발견하게 되는 캐시. 도움을 주려는 마음도 있었으나 형편없는 날씨 탓을 하며 캐시는 그냥 집으로 온다.

다음날 캐시는 숲속에서 한 여자가 죽은 채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듣게 되면서 강한 충격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이 평소에 알고 지내던 지인들 중 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캐시는 그때부터 엄청난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그런 죄책감이 그녀의 정신을 좀먹었던 걸까? 캐시는 어느 순간부터 남편과 친구들과의 약속을 깜박 잊어버리는 실수를 저지르게 되는데, 이 빈도수가 점점 더 잦아진다. 캐시의 어머니가 마흔넷이라는 이른 나이에 치매에 걸린 후 고생하다 돌아가셨기에 점점 더 불안함을 느끼게 되는 캐시.

소설 [블랙워터 레인]은 방학 기간인 7월부터 9월 초까지 약 2달간 벌어지는 일을 아주 숨 가쁘게 담아내고 있다. 캐시가 쓰는 일기 형식으로 서술되는 소설이기에 독자들은 그녀가 느끼는 혼란과 죄책감 그리고 분노와 고립감 등등 심리적인 부분을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다. 동네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이후 엄청난 죄책감을 느낀 캐시가 조금씩 무너지는 상황을 묘사하는 소설인데, 이게 정말 공포 그 자체다. 마치 조금 전에 산 입구에 들어섰는데, 걸었던 기억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정신 차려보니 절벽에 있는 상황이랄까? 주문하지 않은 물건이 배달되고, 친구들과의 주말 약속을 새카맣게 잊어버리는 캐시. 이런 와중에 살인자가 쓴 무기라고 밝혀진 칼이 그녀의 부엌에 놓여있는 환상까지 보게 되는데....

이 책은 마치 히치콕 감독이 만든 영화 같다. 예고 없이 걸려오는 전화와 지키지 못한 약속들 속에서 점점 자신을 잃어가는 주인공을 보면 엄청난 심리적 압박과 서스펜스 둘 다를 느낄 수 있다. 독서 내내 조현병 환자의 머릿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나는 그대로 서 있는데, 세상이 빙빙 도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정말로 이 모든 것이 돌아가신 어머니에게서 치매라는 질환을 물려받은 캐시의 정신이 무너지는 상황일까? 현실이 나를 심하게 조여온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나 자신보다는 그 현실을 의심해 볼 일이다. 영국 최고의 심리 스릴러 작가라는 타이틀답게 굉장한 서스펜스와 스릴감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 B.A. 패리스의 신작 [블랙워터 레인]을 심리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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