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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소년
홍정기 지음 / 빚은책들 / 2024년 6월
평점 :
소년 탐정물로 시작해 그야말로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문제작
어린 시절에 셜록 홈스나 아르센 뤼팽의 활약이 담긴 소설을 읽고 그들처럼 미스터리한 사건을 속 시원하게 해결하고 세상에 이름을 떨치는 것을 꿈꿔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 단편소설집 [초소년]은 현재는 어른이 된 주인공 정충호가 뛰어난 추리 실력을 가졌던 친구 은기와의 초등학교 시절을 그리워하며 추억하는 설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언뜻 보면 어린 시절에 품을 만한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며 아주 말랑한 사건을 다루지 않을까? 생각하겠지만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어른도 마주하기 힘든 온갖 잔인하고 비정한 사건들이 우리를 기다린다. 뭐랄까? 어른보다 더 어른 같은 꼬마들이 냉정한 현실을 다 파악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이야기랄까?
[초소년]은 각기 다른 주제로 쓰인 6편의 단편들이 이어지는 단편소설집이다. 뛰어난 추리력을 가진 은기와 뛰어난 행동력을 가진 충호가 만나서 마치 셜록 홈스와 왓슨처럼 여러 다양한 사건들을 만나고 해결해 내는 이야기들인데, 그들의 이야기가 내내 이어지다 보니 일종의 연작 소설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다소 심각한 수준의 사건들이 이어진다. 동물 학대, 가정폭력과 살인, 아동학대 그리고 학교 폭력 등등등. 마치 이 세상의 어두운 면 정도는 다 간파하고 있다고 하듯,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초등학교 탐정단이 사건 해결에 나선다.
첫 번째 이야기 "추적"에서 은기와 충호가 처음으로 탐정단을 꾸리게 된다. 그 이유는 충호의 고양이인 "코난"이 가출을 해버린 것. 이게 큰 문제인 게, 당시에 그들이 살고 있던 낡은 아파트에서 자꾸만 고양이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각자의 추리에 따라 아파트 주민들 중 고양이를 살해할 만한 품성 나쁜 어른들을 3명 골라내게 되고, 그중 한 명인 한 고등학교 남학생이 뒷산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는 그를 따라서 올라가게 되는데... 이야기 중간중간에 누군가의 독백이 있는데, 주인공을 알게 되면 진짜 " 깜짝 " 놀라게 된다. 엄청난 반전이 있어서 재미있었던 작품.
두 번째 이야기 "소음"에서 충호의 가족들은 위층에 사는 우식이 부모님이 내는 층간 소음 때문에 너무 괴롭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보다 더 심한 층간 소음에다가 여자의 찢어지는 비명을 듣고 충호네 가족은 경찰을 부르게 된다. 마침 그때 우식이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칼을 휘두른 것으로 보이는 사건이 발생했고 때마침 출동한 경찰 덕에 어느 정도 사건은 마무리된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우식이 어머니가 심각한 분노조절장애에 의부증까지 있었고 칼부림은 다름 아닌 어머니가 일으킨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또다시 벌어진 엄청난 부부 싸움 탓에 우식이 부모님 중 누군가가 크게 다치게 되는데... 이 작품은 마치 일본의 정통 추리소설을 읽는 기분이었다. 마치 우연처럼 보이는 필연적인 사고.... 누군가의 치밀하고 교묘한 계산이 숨어 있다. 사람들아, 사고로 보이는 죽음을 그냥 지나치지 말지어다.
한때 뛰어난 장르소설 리뷰어로 이름을 날렸던 블로거 "엽기 부족"님이 작가로 데뷔하신지 벌써 몇 년이 흘렀다. 예전에 우리나라 전래 동화를 장르소설로 각색한 작가님의 작품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때도 소재나 이야기 설정이 굉장히 참신하다고 생각했었다. 단편 소설집 "초소년"도 그에 못지않게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트릭과 반전이 이야기 속에 들어있어서 참 재미있었고, 필력도 되게 좋으셔서 각 단편들이 막힘없이 술술 읽힌다. "초소년"이란 제목이 낯설게 다가와서 찾아왔는데, 초등학교 소년 탐정단을 줄여서 초소년이라고 하기도 하고, 세상을 초월하여 소년 이상의 것을 생각하고 해낸다는 의미로 초소년이라고도 한단다. 소설의 내용으로 미루어보다 후자의 뜻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생각보다 훨씬 참신하고 재미있었던 추리 단편 소설집 [초소년]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