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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분식
김재희 지음 / 북오션 / 2024년 5월
평점 :
음식은 추억을 부르는 힘이 있다!
마음이 좀 힘들거나 삶이 무료하다 느껴질 때 자꾸 찾게 되는 음식이 있는데 그건 바로 떡, 튀, 순. 이상하게 떡볶이, 튀김, 순대를 먹을 때 푸근함이 느껴지고 위로를 받는다. 이유는 잘 몰랐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힘든 시험을 다 치고 나서 친구들과 학교 근처 분식집으로 우르르 몰려가서 떡, 튀, 순을 먹다 보면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확 풀리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거기에 학생들에게 관심 많고 친절한 분식집 이모가 있다면 금상첨화!
어느 날, 과거에 유미 분식을 자주 찾았던 사람들에게 10년 만에 초대장이 하나 날라온다. 분식집을 경영하던 경자 씨가 세상을 떠났고, 이제 딸인 유미가 유미 분식을 이어받을 예정이라는 소식. 초대장에는 과거에 유미 분식을 이용해 줬던 고마운 고객들에게 어머니가 남긴 선물이 있고 유미가 만든 음식이 어떤지 맛도 봐달라는 말이 적혀있다. 경자 씨가 사망했다는 소식에 놀란 마음도 잠시, 손님들은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유미 분식으로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하는데....
유미 분식에서 파는 음식들은 맛도 있고 삶의 힘이 되어주었다. 경자 씨가 마는 특별한 맛의 김밥은 바쁜 은행원의 점심을 책임져주었고, 학교를 그만둔 외톨이의 끼니가 되어주었다. 경자 씨만의 특별한 레시피로 탄생한 소불고기 덮밥은 돈만 많고 가족이 없는, 고독한 한 아저씨의 저녁을 책임지기도 한 것. 마치 추운 겨울날, 따뜻한 모닥불 쪽으로 모여드는 길고양이들처럼 삶이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유미 분식이 제공한 정성스러운 음식들이 힘이 되어주었던 것이다.
추리소설로 유명한 김재희 작가의 [유미 분식]은 예전 그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지금은 세상이 좀 흉흉해져서 그런지 모두들 문을 꽁꽁 닫고 살지만 과거에는 주택이든, 아파트이든, 문을 활짝 열어놓고 이웃들과 교류를 하면서 살았던 우리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으로 줄어든다는 우리말 속담도 있듯, 우리 민족은 서로 소통하면서 각자의 삶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간섭도 하면서 살아가곤 했다. 그 와중에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을 대접하기도 하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었던 것이다.
[유미 분식]에 등장하는 사람들 이야기는 실로 다양하다. 왕년에 식당으로 제법 많은 돈을 모았으나 남자들에게 여러 번 사기를 당한 왕년 이모.
유미 분식에서 파는 돈가스를 유달리 좋아했던 한 어린이가 분식집 근처에서 실종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도박을 일삼고 아내에게 손찌검을 해서 별명이 개떡 남편이 되어버린 한 남자는 아내가 노인병 중기 진단을 받자 그동안의 잘못에 대한 반성으로 정성스럽게 그녀를 돌보게 되는데...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우리 이웃과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동네에도 이렇게 푸근하고 정 많은 사장님이 운영하는 식당이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유미 분식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엄청난 수다 꽃을 피울 텐데... 앗, 그런데 책 마지막에 깜짝 반전이 숨어 있다. 작가님이 추리소설로 유명하신 분이란 걸 잠깐 잊고 있었는데, 마지막 반전이 아주 신선했다. 훈훈하고 따뜻한 우리 이웃의 이야기였던 힐링 소설 [유미 분식]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