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라미용실 - 교제 살인은 반드시 처단되어야 한다
박성신 지음 / 북오션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녀는 오래전부터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어서,

엄마를 내버려둔 사회를 용서할 수 없어서,

생부를 용서할 수 없어서, 가해자를 용서할 수 없어서

용서하지 못하는 삶을 살았고,

그런 삶은 자연스레 사람들이 멀리했다. -145쪽-

25년 전, 엄마가 사귀던 남자에게 무참히 살해를 당한 후, 찬서의 인생 목표는 딱 한 가지였다. 엄마를 죽인 범인이 출소하면 바로 복수를 감행하는 것. 경찰이 되었던 찬서는 범인이 출소할 때가 되자 일을 그만두고 범인의 고향이자 자신의 고향인 무산으로 내려오게 된다. 찬서는 범인의 아들이 운영하는 술집에 뻔질나게 드나들며 복수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찬서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로라 미용실 2층에 있는 한 탐정 사무소에 탐정으로 취직하게 되는데.... 과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로라 미용실]은 단순히 미용을 위한 장소가 아니다. 머리를 하기 위해 모여든 아줌마와 할머니들의 오고 가는 수다 속에 중요한 정보를 정원장이 캐치해낸다. 정원장은 따로 정보원까지 두고 정보를 수집하는데, 도대체 그의 정체가 뭔지 궁금했다. 고양이 찾기와 같은 소소한 사건들도 있지만 교제 중 남자친구에게 폭력을 당하고 살해 위협을 받는 여자들 등등 찬서는 탐정이 된 후 실로 다양한 사건들을 만나고 해결하게 된다. 엄마의 복수를 위해 살아왔지만 현재는 다른 여자들을 위해 살아가는 찬서.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건만, 교제하는 사이에서 이렇게 다양한 범죄가 벌어지고 있다니.. 나는 너무 놀랐다. 애정을 가장하고 취약한 연인에게 가스라이팅을 행하며 돈을 갈취하는 남자, 연인과의 성관계 영상을 찍어서 온라인으로 팔아먹는 남자... 세상에 있는 쓰레기란 쓰레기는 모두 무산에 모아놨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사실 이런 사건들은 요즘 너무나 흔히 뉴스에서 목격되는 것들이다. 그런데 찬서가 참 똑똑하다고 느낀 게, 그녀는 피해자나 본인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가해자를 완벽하게 처리한다. 그녀가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경찰서에 한 번이라도 신고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문장이 짧고 사건 전개가 빨라서 몰입감과 속도감이 굉장한 소설이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사건들.. 바로 우리 이웃의 이야기이자, 시공간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피해자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드니까 더욱더 빠져들게 되었다. 소설 속에는 여러 잔인한 사건들이 등장하는데, 피해자가 당하는 과정이 너무 생생하게 전달되어서 깜짝 놀란 부분도 있다. 문장은 짧고 단순하게, 사건은 최대한 생생하게 묘사,라는 박성신 작가님의 라이팅 스타일이 느껴졌다. 범죄 미스터리에 딱 어울리는 스타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찬서는 일부러 범인의 아들인 전재호 주위를 맴돌며 범인에게 어떻게 복수를 할 건지 고민한다. 찬서는 범인의 아들인 전재호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한다. 아버지가 교도소에 들어간 후 교통사고로 어머니까지 잃은 전재호.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되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무산에 내려와서 술집을 경영하는 전재호. 이 남자가 여기까지 내려와서 이렇게 사는 이유는? 그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엄마의 복수를 위해 살아가는 주인공 찬서. 그녀의 공허하고 메마른 눈동자가 보이는 듯하다. 그녀는 약한 사람들의 피를 뽑아먹고 고통에 빠뜨리는 인간쓰레기들을 처리한다. 사적 복수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법이 해결해 줄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당신의 엄마가, 여동생이, 그리고 딸이 고통받고 있다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여러 가지 사건들과 함께, 찬서 본인의 복수라는 이야기도 같이 있어서 소설 끝까지 긴장감과 스릴감이 내내 이어졌던 소설 [로라 미용실] 마치 사이다 같은 속 시원한 찬서의 사건 해결을 보고 싶다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