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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붕어 룰렛
오윤희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4월
평점 :
"새빨간 거짓말보다는 진실이 한 방울쯤 섞여 있을 때
사람들은 더 잘 속아 넘어가는 법이거든"
지옥이 따로 있나? 이런 사회가 바로 지옥이지.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사기꾼을 낳고, 또 사기꾼은 얼마 못가 비명횡사한다. 어쩌면 그들도 한 번쯤 남들 앞에서 떵떵거리며 살아보겠다는 희망으로 시작한 일이었을 것이다. 사기를 쳤든, 사기를 당했든. 돈이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 인간 위에서 군림하고 비웃고 끝내는 생명까지 앗아가는 것일까? 자본주의가 첨예하게 발전하면서 우리는 천민자본주의, 즉 돈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포식자들이 우글거리는 사회를 만나게 되었다. 여러 건의 살인 사건이 품은 엄청난 진실!! 그 진실을 파헤치는 두 형사의 활약을 몰입감 있게 보여주는 소설 [금붕어 룰렛]
어느 주택가에서 시체 한 구가 발견된다. 자신이 흘린 피 웅덩이에 쓰러져 있는 그 남자는 한눈에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양복을 입고 비싼 시계를 차고 있다. 여러 군데 자상이 발견되었는데 결정적 사인은 아마도 동맥 절단에 의한 과다 출혈로 보이는 상황. 지갑은 사라진 상태이나 값비싼 시계를 그대로 차고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강도의 소행이 아닐 수도 있다. 주변 인물을 탐문하던 베테랑 형사 준현과 새내기 형사 도윤은 죽은 남자의 아내를 만난 자리에서 그가 그동안 외도를 했다는 것과 한 투자 회사의 대표였다는 사실도 알아낸다.
죽은 남자는 에버그린 투자자문회사 대표인 정상구. 그에 대한 보다 자세한 사항을 조사하기 위해서 회사를 찾아간 두 형사. 그러나 알고 보니 이 회사는 온라인에서 주로 활동하며 투자 사기를 벌이는, 한마디로 실체 없는 회사였다. 그렇다면 정상구를 죽인 사람은 여러 사기 피해자 중 한 명일 수도 있는 상황. 사기 피해자 위주로 탐문 조사하던 와중에 두 형사들은 주요 인물들을 발견하게 된다. 정상구는 주로 오프라인으로 활동하면서 돈 많은 의사 사모님이나 순진한 건물주 같은 쉬운 먹잇감들의 등을 쳐왔다. 사기 수법도 엄청나게 현란했다. 의사 사모님에게는 열렬한 구애를, 순진한 건물주에게는 여자 친구의 사촌 오빠라는 식으로 접근하여 투자를 제안하는 등 사람들의 경계심을 무너뜨린 정상구.
그러나 그들을 용의자로 몰기에는 물적 증거가 전혀 없다. 수사가 다소 정체된 가운데 에버그린 투자자문회사에서 잠입 취재를 벌이고 있던 기자 한성주에게서 연락을 받게 되는 두 형사. 성주는 회사 주위를 배회하고 있던 김민철이라는 퇴직자를 형사들에게 데려온다. 김민철도 에버그린 투자회사 사장에게 사기를 당했는데, 자세히 알아보니 민철에게 사기를 친 남자는 정상구가 아니었다?? 과연 이것은 무슨 상황?? 도대체 이 사기꾼들을 둘러싸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일까?
[금붕어 룰렛]은 두 건의 주요 살인 사건을 파헤친다. 조용한 주택가를 피로 물들게 한 살인 사건과 허름한 모텔에서 발생한 또 다른 살인 사건. 그 사건의 두 피해자는 악질적인 사기꾼으로 누군가의 결혼 생활을 망치고, 딸의 결혼식에 써야 할 소중한 돈을 빼앗고, 인생에서 유일한 친구이자 은인이었던 누군가가 남긴 유산을 빼앗아간다. 원통하다 못해서 피눈물을 흘리고 몹쓸 병까지 걸리게 되는 그들의 피해자들은 이제 잠재적 살인 용의자가 된다. 책을 읽으면서 사기꾼들의 잔인함에 치를 떨었고 사기 피해자들의 현실에 답답함을 느꼈다. 여전히 우리의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투자 사기 사건들... 솔직히 사기꾼들은 죽어도 싸다고 생각한다. 소설이었지만 가상의 세계에서 발생한 두 건의 살인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으면, 살인자들이 무사히 빠져나갔으면 하는 생각까지 했다.. ( 물론 나쁜 생각이지만 )
엄청나게 속도감 있고 몰입감 있는 소설 [금붕어 룰렛]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너무나 실감 나게 잘 묘사했다는 생각이 든다. 재미와 흥미를 찾는 대중들의 눈높이에도 맞지만 전반적으로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기에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스릴감도 느끼면서 범인을 찾는 복잡한 추리를 동시에 하고 싶어 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소설 [금붕어 룰렛]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